우리나라 조선사들의 올 한 해 선박 수주량이 두 자릿수 감소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발주 급감이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 악화로 이어질 거란 이유에서다.
다만, 수주잔고가 양·질적으로 개선되는 데다 후판 가격이 안정되면서 조선사들의 향후 외형과 내실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최근 발표한 ‘조선사 실적 개선 기대감 속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에서 “수주잔고의 질을 결정하는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의 건조 단가가 2020년 말 이후 상승하면서 2024~2025년 조선사들의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조선 빅3, 내년 선박수주 1100만CGT 기록 전망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 3의 올해 수주량이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 등 주력 선종의 발주 저조로 전년 대비 4분의 1 토막 날 것으로 관측됐다.
한신평은 조선 빅3의 올 한 해 선박 수주량은 전년과 비교해 25% 감소한 1200만CGT(수정환산톤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수주량은 2023년 전망치 대비 8% 감소한 1100만CGT를 기록,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점쳤다. 다만, 한신평은 2018~2020년 연평균 실적인 1000만CGT를 상회하는 비교적 양호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효자 선종인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 감소를 이끌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전년에 견줘 약 40% 감소한 800만CGT, 2024년엔 2023년 추정치 대비 12% 줄어든 700만CGT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 들어 컨테이너 운임이 크게 하락한 데다 향후 신조선 홍수로 시황 회복이 당분간 쉽지 않아 발주가 주춤할 거란 분석이다.
다만, 현재 선가가 크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조선사들의 컨테이너선 수주 금액 감소 폭은 발주량 감소 대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9월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 조선의 주력 선종인 2만2000~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전년 2억1400만달러 대비 8% 오른 2억3000만달러로 나타났다. 2년 전인 1억7800만달러와 비교하면 29% 상승했다. 2020년 9월 1억4400만달러 대비 60% 급등한 수치다.
컨테이너선 수주 잔고 비율은 중국 한국 일본이 각각 50% 41% 9% 순으로 나타났다. 한신평은 “글로벌 대형선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컨테이너선 시장 특성상 친환경선박 투자가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수주잔고의 약 절반은 중국 조선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NG 운반선도 발주도 크게 줄면서 국내 조선사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역대 최대 규모인 184척의 발주에 따른 기저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LNG 운반선 발주량은 전년과 비교해 43% 급감한 900만CGT, 내년엔 2023년 전망치 대비 16% 줄어든 750만CG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2022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이지만, 과거 2018~2020년 대비 양호한 수준이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고려할 때 중장기 수요는 양호해 국내 조선사들의 효자 선종으로 굳건할 전망이다.
미중 무역 분쟁도 국내 조선사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무역 분쟁이 미국 내 LNG 프로젝트에서 중국향 발주가 감소하면서 국내 조선사가 반사이익을 거둘 거란 게 한신평의 견해다. 다만, 중국조선과의 수주 경쟁 심화는 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조선 3사의 LNG선 수주 경쟁력이 우위에 있지만 향후 중국의 건조 캐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선 3사의 LNG선 수주 점유율 유지를 위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LNG 운반선 수주잔고 비율은 국내 조선사들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삼성중공업 25%(81척), 한화오션 21%(67척), HD현대중공업 17%(56척), 현대삼호중공업 14%(46척) 등 8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달성했다. 반면, 중국은 후둥중화조선 13%(44척), 다롄조선 4%(13척), 장난조선그룹 3%(9척), 기타(중국) 2%(7척) 등 점유율이 22%에 그쳤다.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과 달리 탱크선은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노후선 비중이 높은 데다 환경 규제로 조기 폐선이 이뤄지면서 발주가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다만,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 조선소에 일감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탱크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800만CGT, 내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1000만CGT에 육박할 것으로 진단됐다.
한신평은 전체 탱크선 선대에서 선령 15년 이상의 노후선 비중이 30%를 상회하는 데다 환경 규제에 따른 운항 속도 조절 및 조기 폐선 등이 이뤄지면서 발주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중국의 수주잔고가 확충되고 선사들의 투자 여력이 제고되면 내년부터는 국내 조선소를 향한 발주도 점차 늘어날 걸로 내다봤다.
“한화오션 출범에 국내조선 기술경쟁력 제고”
올해와 내년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줄겠지만 외형과 내실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양·질적으로 개선된 수주잔고와 더불어 후판 가격 안정화,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추이가 지속되면서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거란 진단이다.
특히, 3~4년 치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수주잔고의 질을 결정하는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의 선가가 2020년 말 이후 상승하면서 2024~2025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합산 매출액은 올해 36조3000억원에서 내년 43조5000억원으로 20% 신장한 데 이어 2025년엔 48조4000억원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률도 2023년 0.9%에서 2025년 5.5%로 4.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신평은 “수주잔고가 확충된 조선사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된 점, 과거 대비 상승한 원가 수준 등을 고려하면 발주 심리 둔화에도 신조선가는 당분간 현 수준 이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오션 출범 이후 친환경선박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겠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 경쟁력은 제고될 거란 분석도 나왔다.
한신평은 “한화오션이 친환경선박 관련 투자를 확대할 예정인 가운데, 경쟁 심화로 인한 투자 과열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국내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은 제고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계열사와의 영업시너지를 통해 방산 부문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기업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곳이지만, 규모나 건조 실적 측면에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다.
2024년부터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상세설계 및 함 건조사업 입찰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한화그룹의 한화오션 인수로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신평은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우수한 방산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계열 시너지를 고려하면 한화오션이 향후 특수선 경쟁 구도에서 유리할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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