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유조선사 유로나브를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대주주들이 출구를 찾는 절차에 돌입했다.
유로나브는 자사 대주주인 CMB(Compagnie Maritime Belge)와 노르웨이 프런트라인이 구조적인 사업 전략 차이로 발생한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통합 솔루션의 일환으로 지분과 선단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우선 유로나브 창업주 일가 사베리스의 가족회사인 CMB는 프런트라인이 보유한 유로나브 지분 26.12%(약 5748만주)를 1주당 18.43달러에 매입하는 제안을 제시했다. 9월 유로나브 주가에 12.5%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으로, 전체 지분 매입 비용은 10억5900만달러(약 1조4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프런트라인은 대신 유로나브가 소유한 30만t(재화중량톤)급 안팎의 초대형 유조선(VLCC) 39척 중 24척 718만3000t을 인수함으로써 합병 실패에 따른 기회 손실을 보상받을 계획이다. 선가는 총 23억5000만달러(약 3조1800억원)에 이른다. 인수 대상 선박 중 22척은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지어졌다.
HD현대중공업 15척,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7척 등이다. 나머지 2척도 미국 사모펀드에 매각된 한진수빅조선소(현 아길라수빅조선소)에서 지어져 사실상 전 선박이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지어진 셈이다. 선단 중 9척은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착했다. 이번 합의안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거래가 마무리될 경우 벨기에 안트베르펜(앤트워프)에 본사를 둔 CMB의 유로나브 지분은 49.05%까지 늘어난다. 현재 창업주 가족 회사의 유로나브 지분율은 22.93%다. 프런트라인은 VLCC 선단을 22척에서 46척으로 늘리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노르웨이 유조선사는 사우디 바흐리(Bahri)나 그리스 안젤리쿠시스(Angelicoussis)를 제치고 52척을 운항하는 중국 차이나머천트에 이어 세계 2위 VLCC 운영 선사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나브를 둘러싼 두 회사의 갈등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4월7일 유로나브와 프런트라인은 합병에 전격 합의한 뒤 3달 후 본계약을 체결했다. 통합 회사 이름은 노르웨이 선사의 이름을 그대로 쓴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사베리스 가문은 “세계적으로 탈탄소가 가장 중요한 흐름이 된 상황에서 원유 운송에 초점을 둔 유로나브의 사업 전략은 회의적”이란 이유로 반대를 표명하며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올해 1월 프런트라인은 통합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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