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경기 둔화 추세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개선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작년 12월부터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 공장 재가동에 나서면서 공급망 회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공급망 혼란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GSCPI)는 지난해 12월 전달보다 0.05포인트(p) 후퇴한 1.18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2.44)과 견줘 1.26p 낮은 수준이었다. 동일본대지진 여파로 코로나19 발발 이전 공급망 압력 최대치였던 2011년 4월(1.56)보다도 3.8p 떨어졌다.
이 지수는 재작년 12월 사상 최고점인 4.31을 찍은 뒤 정체가 완화돼 이듬해 1분기 평균 3p대로 떨어졌다. 4월엔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따른 중국 도시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잇따른 대외 악재에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작년 4월 GSCPI는 전달보다 0.61p 오른 3.39p를 기록했다.
5월부턴 선박 스케줄 조정, 육송 연계 운영 등 해운·물류업계의 발 빠른 대응과 더불어 중국 도시 봉쇄 조치가 점차 풀리면서 공급망 압력도 다시 하강 추세로 돌아섰다. 5~6월 평균 2p대를 보였던 지수는 5개월 연속 하락곡선을 그리며 9월엔 0.94p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4분기엔 평균 1p대로 소폭 상승했으나, 지수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했다. 특히 수년째 지속됐던 반도체 수급난은 올해부터 본격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주요 자동차 부품업계의 실적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마티아스 콜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EF)에서 “중국이 코로나19 규제를 완화하면서 세계 시장에 본격 복귀하고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궤를 같이해 컨테이너화물 처리기간도 점차 개선되면서 해운·물류업계의 물류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사들의 공급 조절에 이어 수요 둔화로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항만 적체도 크게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미 서안을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의 컨테이너 대기선박 수는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0척을 기록했다. 미국 오클랜드 소재 태평양상선협회(PMS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LA·롱비치 두 항구에서 수입 컨테이너가 화물차에 실려 반출되기까지 걸린 평균 체류기간(dwell time)은 2.8일로, 1년 전 같은 시기(8.4일)보다 무려 6일 가까이 단축됐다.
장기 체류 화물도 대폭 줄어들었다. 5일 이상 터미널에 머문 화물 비중은 작년 11월 7.2%로 전년 동기 대비 42.8%p 개선됐다. 롱비치항만청에 따르면 2021년 10월 이후 두 항구의 장기 체류 컨테이너는 90% 이상 감소했다.
컨테이너 선사들의 평균 정시 운항률도 약 2년 만에 50%대를 회복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작년 10월 전 세계 34개 항로를 대상으로 조사한 컨테이너선사들의 평균 정시 운항률은 전월 대비 6.6%포인트(p) 상승한 52%를 기록했다. 선사들의 정시 운항률이 50%대로 올라선 건 2020년 11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역대 최저 기록인 1월 30.4%와 비교해 21.6%p나 급등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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