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미국 해운법이 개정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현지시각으로 13일 상원에서 발의한 외항해운개혁법 개정안(OSRA 2022)을 찬성 369, 반대 42로 통과시켰다. 지난 3월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법안은 마지막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하게 됐다.
민주당 에이미 클로부셔(Amy Klobuchar)의원(미네소타주)과 공화당 존 툰(John Thune) 의원(사우스다고타주)이 지난 2월 발의한 오스라2022는 해운산업 감독기관인 미 연방해사위원회(FMC) 조사 권한을 강화하고 선사들이 연방법에 근거해 부대 할증료를 부과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8월 하원 소속인 민주당 존 가라멘디 의원과 공화당 더스티 존슨 의원이 발의해 같은 해 12월 찬성 364, 반대 60으로 하원을 통과한 오스라2021을 기반으로 한다.
미국에서 컨테이너선 시장 규제에 메스를 가하는 건 1999년 5월 외항해운개혁법(OSRA 1998)이 발효된 이후 처음이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가 초당적으로 오스라2022를 통과시킨 것을 치하하고 “미국 국민의 비용을 줄이고 기업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데 기여할 이 법안에 서명하길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오스라2022는 선사에게 체화료(디머리지) 체선료(디테션) 등의 초과 보관 할증료를 연방법에 근거해서 부과하도록 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비용을 부과하면 벌금을 물게 된다. 특히 운임을 놓고 화주와 선사가 소송을 벌일 경우 원고가 부당성을 입증하는 게 아닌 피고인 선사가 합법성을 입증하도록 했다.
또 선사가 미국 항만에서 처리한 수출입 물동량의 중량과 적컨테이너 공컨테이너 개수(TEU)를 분기별로 미 연방해사위원회(FMC)에 보고토록 했다.
부당한 선적 제한 조치를 금지하는 한편 FMC가 해운사들의 사업 관행을 직권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특징이다.
개정안은 강화된 컨테이너선시장 감독 권한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FMC 예산과 직원을 늘리는 내용도 포함했다. 지난해 2964만달러였던 해운당국 예산은 올해 3287만달러, 내년 3826만달러, 2024년 4372만달러, 2025년 4920만달러로, 4년간 66% 증액된다.
낙농협회 농민연맹 소매협회 트럭운송협회 등 미국 내 화주단체와 육상물류업계는 법안의 의회 통과를 일제히 환영했다. 이들 단체는 해운법 개정안이 심각한 해상운임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해운사들의 무분별한 할증료 부과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해운업계는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의 모든 원인을 자신들에게 덧씌우는 미국 정부당국의 인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세계선사협의회(WSC)는 법안 통과 이튿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해운업계에 대한 미국 정부당국의 지속적인 오해와 구체적인 데이터를 무시하는 선동적인 발언에 깊은 놀라움과 우려를 느낀다”며 “지난 2년간 진행된 FMC 조사로, 해운시장은 경쟁적인 데다 해상운임 고공행진은 선박의 수송능력을 압도적으로 웃도는 전례 없는 미국 내 소매 수요가 결정적인 원인이었고 물류대란은 선박 공급을 더욱 억제하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WSC는 “해운사가 지난해 425억달러에 이르는 신조선 555척을 발주하고 올해도 현재까지 208척의 신조선을 지으려고 184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기록적인 물동량을 운송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수입화물의 적체가 해소되기 전까지 수출화물의 적체도 계속될 것이기에 미국 정부는 항구와 육상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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