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1년 만에 다시 물류자회사 카드를 꺼내들어 해운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회장 직속 물류사업부를 포스코터미날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통합 물류자회사 신설 전략이 해운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실패하자 기존 계열사에 물류사업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단계로 물류자회사 설립 전담팀(TF)을 이끌었던 김복태 전무를 올해 3월부로 포스코터미날 대표이사로 전환 배치했다. 김복태 포스코터미날 대표는 지난해 포스코에서 물류자회사 설립을 진두지휘했다가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여야 의원들에게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전남 광양에 본사를 둔 포스코터미날은 2003년 설립된 벌크화물 전문 하역·운송업체로, 포항과 광양에서 화물장치장을 운영하며 연간 1000만t을 웃도는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매출액 1465억원, 영업이익 158억원을 거두며 외형과 내실 모두 7%의 견실한 성장을 일궜다.
포스코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공개되자 해운물류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거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국내 해운 매출 30조원의 10%에 이르는 3조원의 그룹 물류일감이 자회사로 이관돼 포스코와 거래하던 기존 협력회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외항해운기업 단체인 한국해운협회는 8일자로 포스코 최정우 회장에게 보낸 의견서에서 “지난해 물류자회사 설립을 철회하고 물류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해운물류업계와 상생하는 모습을 보이던 포스코가 최근 자회사인 포스코터미날을 2자물류자회사로 확대 전환하려는 보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협회 김영무 부회장은 “포스코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으며, 물류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불과 1년만에 물류자회사 설립 대신, 포스코터미날을 물류자회사로 전환하려는 것은 국회 및 정부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거”라며 “포스코가 이번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지금껏 유지해왔던 해운물류업계와의 상생협력 관계가 힘들어지고 기존 선사들이나 육상물류업체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는 등 우리나라 해운물류시장의 근간이 와해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총수 없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상증세법이나 공정거래법상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 받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제한 없이 포스코그룹의 물류 일감을 포스코터미날로 몰아줄 수 있어 3자물류시장을 크게 왜곡시킬 거”며 물류자회사 설립 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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