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옛 현대상선)이 신조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한국선급(KR)에 단독 입급한다. 과거 2만4000TEU급 선박과 1만6000TEU급 선박을 해외 선급과 한국선급에 이중입급해 논란을 일으켰던 HMM은 초대형선 시리즈를 추가로 신조하면서 국적 선급단체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신조선 국적은 라이베리아로 낙점됐다.
업계에 따르면 HMM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서 짓고 있는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의 선박검사기관으로 한국선급을 단독 선정했다. 앞서 국적 원양선사는 지난 6월29일 부산항에서 열린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한울>호 출항식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1만3000TEU급 선박 6척을 각각 발주했다.
건조 계약을 체결한 지 4개월 만에 검사기관도 결정하면서 선박 신조를 위한 제반 사항 처리를 모두 마무리했다. 신조선은 2024년 2분기에서 3분기 사이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국선급은 국적 원양선사의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과정에 참여해 설계 감리와 각종 기자재 검사, 선박 구조와 적합성 검사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HMM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도받은 2만4000TEU급 선박과 1만6000TEU급 선박은 영국선급(LR) 노르웨이선급(DNV) 미국선급(ABS)을 이중검사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국선급이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 신조 경험이 적다는 게 이유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지은 2만3960TEU급 7척 중 5척을 LR, 삼성중공업이 지은 2만3820TEU급 5척 중 4척을 DNV, 현대중공업에서 지은 1만6000TEU급 8척 중 4척을 ABS가 주도(리딩) 선급 자격으로 각각 검사했다. 한국선급은 이들 선박신조에 협력(팔로어) 선급으로 참여했다. 20척 중 한국선급에 단독 입급한 건 7척에 불과했다.
HMM의 이 같은 행보는 컨테이너선만큼은 한국선급에 등록하던 기존 관행을 깬 것이어서 국내 해사업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이중선급이라고 하더라도 주도선급에서 검사료의 60% 이상을 가져가기 때문에 국부 유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HMM 선단 57척 중 44척 KR 단독 입급
하지만 HMM은 올해 발주한 1만3000TEU급 신조선은 국적 선급기관의 초대형선 신조 경험과 기술력이 충분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전량을 한국선급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HMM 관계자는 “세계 최대이자 새로운 선형인 24K 선박과 16K 선박을 지을 땐 한국선급이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 신조 실적이 많지 않아 경험이 풍부한 해외 선급을 주도선급으로 지정하고 한국선급은 기술력을 쌓을 수 있도록 팔로어 선급으로 참여시켰다”며 “그동안 한국선급의 실적이 쌓이고 기술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새로 건조하는 13K 선박은 한국선급을 단독선급으로 지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신조 중인 12척 포함 HMM이 보유한 57척의 컨테이너선단 중 한국선급에 단독 입급한 선박은 44척으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1만TEU급을 웃도는 초대형선 분야에서 한국선급의 기술력을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조선 기국(旗國)은 라이베리아로 확정됐다. HMM은 앞서 현대중공업에서 지은 1만6000TEU급 시리즈 8척에 이어 다시 서아프리카 편의치적국을 신조선 등록지로 선택했다.
라이베리아기국은 지난 5월 등록선대 2억t(총톤)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국 최초로 전자증서와 선원 면허 발급 전산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중국 입항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등 경쟁국과 차별화된 전략이 급성장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로써 라이베리아에 등록한 HMM 컨테이너선은 21척으로 늘어났다. 전체 선단의 3분의 1을 넘는 선박이 라이베리아에 국적을 두게 됐다. HMM은 이어 마셜제도공화국에 13척, 파나마에 12척, 우리나라에 11척의 컨테이너선 국적을 각각 등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