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식료품 제약 화장품 의류 완구 등 수많은 산업분야에서 제품과 포장은 바늘과 실 같은 존재이다. 공장에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포장 과정을 거치면서 유통 중 발생할 수 있는 파괴, 부패, 유실을 방지하고 그 값어치를 보존한다. 제품 값어치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포장은 생산자 운송업자 창고업자 유통업자 그리고 최종 소비자에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ESG(친환경·사회참여·윤리경영) 경영철학을 내세우며 시나브로 환경의 중요성을 외치며 포장재의 기본 원재료인 석유기반 화학 플라스틱을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여기기 시작하더니 연질 경질 통틀어 각종 제품들의 포장재를 친환경 재질로 바꾸는 상황이 되었다. 부랴부랴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주의) 등 환경관련 이슈들을 들먹이며 국내 대기업들뿐만이 아닌 각종 바이오 관련 소기업들도 연구생산에 몰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플라스틱 관련 신규단체 등 포장재 생산 관련 원부자재 각 분야에서도 바이오화학(바이오플라스틱·바이오매스·바이오연료) 산업 활동들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바이오화학 산업에 대한 각종 연구개발·상용화를 계속적으로 해왔던 해외 선진국들에 비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화학 관련 각종 연구들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국내 어떤 회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미국의 유명한 바이오산업 관련 회사 임원들과 함께 한국에서 바이오플라스틱 수지(친환경 플라스틱 원료) 관련 공동연구를 직접 했다는 풍문도 나돌고 있지만 그 회사는 아직까지도 아이스팩 파우치의 봉합(실링) 면이 터져 충진했던 물이 새어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필자가 2013년 포장 관련 기자로 일했을 당시 수많은 바이오플라스틱 생산업체들의 완성된 제품을 취재하고자 현장에 가보면 99% 이상이 실패한 제품이었다.
그나마 기술적으로 희망을 보이던 영세업체들은 유동자산을 처분하거나 아니면 개인투자자나 투자은행 또는 자본력이 튼튼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케미컬 회사들과 서로 공동연구를 추진해왔기에 기술적으로 미비한 점들을 개선해 나간다면 언젠가 상용화 단계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부터 바이오화학 산업 관련연구에 몰입해왔음에도 왜 우리나라는 아직도 바이오산업 기술들을 상용화시킬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가 아님에도 이미 바이오산업군 안에서 친환경을 표방한 그린워싱 제품이 판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각종 언론에선 이미 한국의 케미컬 관련 회사들이나 식료품 제약 화장품 의류 회사들이 바이오산업 관련해서 여러 방면으로 다양한 기술 개발과 상용화 준비를 해왔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또한 한국 정부도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면서 뭔가 탄탄한 체계를 갖추고 바이오산업 다방면으로 탄소중립과 환경을 위해 신경 쓰고 있는 것처럼 홍보한다. 정부도 나서서 탄소중립을 외치는 상황에서 바이오플라스틱 관련 제품군 중 그린워싱이 계속적으로 판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부족한 정책, 친환경 정책조직의 비전문가들 참여, 바이오매스 원천기술 미흡과 기술 육성 지원 부족,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포장원자재 등 그린워싱이 판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고 복잡하다. 원래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더 어렵지 아니한가? 또한 전문성이 없으면 복잡한 것을 단순화시킬 수도 없다.
이와 같은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눈앞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득권층들을 배제하고 각 분야에 적합한 전문가들이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친환경 정책 수립에 참여해야한다. 정부가 출범시킨 탄소중립위원회가 과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것인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정부의 탄소중립 과제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이 ‘그린워싱’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증기관 및 위탁기관 등을 통해 올바른 바이오플라스틱이 생산돼 소비자들에게 유통된다고 하더라도 계속적으로 그린워싱이 판치게 된다면 올바른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친환경 포장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친환경 포장재라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이 친환경 포장산업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인증 받아 국내 시장에 풀다가 정부 정책이 도입되면 그에 맞춰 적당히 생산하면 문제없다”는 식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경영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기득권층과 그린워싱 업체들은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을 풀어놓은 상태이다. 우리나라에서 인증을 받은 그린워싱 업체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왜 한국에서 인증 받은 제품이 그린워싱일까?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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