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침체의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철강업계에 후판 가격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8일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의 회생 의지를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상생의 지혜와 협력이 절실하다”고 철강업계에 협조를 당부했다.
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인 2016년 1340만CGT(수정환산톤수)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6년간 평균 발주량인 3725만CGT를 밑돌고 있다.
발주량 급감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국내조선 ‘빅3’는 구조조정을 단행, 2014년 약 20만명에 달했던 고용인력은 2018년 말 10만명으로 반토막 났다. 지난해 선박 건조량 역시 전년 대비 27% 감소한 770만CGT에 그쳤다.
시황 회복 지연에 후판가격 상승은 조선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주요 철강사는 매출액 41조1000억원,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을 낸 반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매출액 16조2000억원, 영업이익 2600억원을 기록했다.
협회는 “조선용 후판은 2016년 하반기부터 t당 약 30만원의 인상이 이뤄졌다”며 “최근 t당 80달러 후반까지 일시적으로 급등한 철광석 가격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지난해에도 조선 시황 회복과 실적 정상화를 이유로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조선 3사 후판 소요량은 510만t 내외로 예상되며 t당 5만원 인상이 추가로 이뤄지면 조선업계는 2550억원의 원가 부담을 지게 된다.
협회는 “선가 인상 등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의 부담을 넘어 생존을 위태롭게 만든다”며 “수주가 증가하면서 시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적정한 일감 확보를 통해 후판 가격 상승분을 건조 원가에 충분히 전가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 산업은 오랫동안 상생을 기반으로 동반 성장한 국가 주력산업이지만 조선업은 최근 시황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후판 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의 회생 의지를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