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국내 조선사들은 모처럼 쏟아진 대형선박들을 잇따라 수주하며 조선 1위 강국의 체면을 가까스로 지켰다.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월 경쟁기업들을 제치고 건조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수주잔고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분명 지난해보다는 좋은 성과를 보이는 국내 조선시장이다. 그렇지만 수주 정상화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탱크선 이어 LNG선 컨선까지 쏟아져
올해 탱크선과 컨테이너선, LNG선의 발주 증가는 국내 조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탱크선 해운시장이 호전된 게 한국 조선시장의 점유율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컨테이너선과 LNG선 발주 증가도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 상승으로 연결됐다. 유조선과 제품운반선 등 탱크선의 비중이 50%를 보이고 있고 LNG선과 컨테이너선까지 합치면 약 90%에 달하는 비중이다.
3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누적 수주량 역시 크게 증가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분기 누적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4.8% 폭증한 504만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이중 3분기 수주는 전년 대비 340.2% 증가한 191만CGT로 집계됐다. 누적 수주액 역시 전년 대비 384.5% 증가한 121억5천만달러로 개선됐다.
실적이 개선됐지만 수은은 국내 조선시장의 수주량이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3분기 큰 폭의 증가율은 전년도의 극심한 수주부진에 의한 기저효과라는 설명이다. 3분기 누적 수주량 역시 건조량의 57%에 불과하다. 국내 조선소에서 지어지고 있는 선박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누적 건조량은 전년 대비 11.5% 감소한 877만CGT를 기록했다. 수주잔량 부족으로 건조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수주잔량 감소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10월 기준 수주잔량은 전 분기 대비 4.9% 감소한 1665만CGT를 기록했다. 수은은 통계상 일부 허수 등을 고려하면 남아있는 일감이 약 1년3개월치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3분기로 가면서 수주량이 증가해 수주잔량 감소 속도는 다소 완화되고 있다.
하반기 발주량 증가로 조선시장을 바라보는 조사기관은 시각은 바뀌었다. 영국 클락슨은 올해 9월 말 신조선 시장 장기 전망 리포트를 발표, 1분기에 내놓은 예상 수주량을 상향 수정했다. 클락슨은 2017~2018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을 전망 대비 각각 8.4% 8.6% 상향 수정한 2320만CGT 2780만CGT로 예측했다. SOx 규제 강화 이후의 전망치를 과거보다 더 공격적으로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선 호황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조선시장에서 크루즈선만 호황을 보이고 있고, 벌크선과 탱크선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큰 폭의 개선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모든 화물선종의 발주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부진한 수준이다. 크루즈선은 전년 3분기까지 26척이, 금년 같은 기간 동안에도 23척이 발주돼 호황세를 유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은 초대형선 발주 증가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다.
3분기 말 기준 전 세계 조선시장 수주잔량은 전 분기대비 3.5% 감소한 7764만CGT로 집계됐다. 3분기까지 한중일 3국의 수주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상승했으며, 한국은 30%대로 올라섰다. 수은은 중국은 한국과 거의 유사한 수준인 약 32%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고, 2015년 대량수주로 비교적 수주잔량 여유가 있는 일본은 올해 크게 부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조선 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세는 2019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2020년 SOx(황산화물) 규제 강화 이후 현존선들은 아직까지 중화장치인 스크러버 장착을 선택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수은은 환경 규제시한이 다가올수록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 현재로서는 2019년경의 신조선 시황 회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향후 상황의 변화는 스크러버에 대한 기술적 신뢰도 향상, 석유 및 LNG의 가격변화 추이 등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크선 시장 시황회복 ‘뚜렷’
사상 최악의 시황을 지난해 보낸 벌크선 시장은 올해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3분기까지 BDI(건화물선 운임지수) 평균치는 1029.8포인트로 전년 대비 80.1%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이뤄진 많은 폐선과 올해 물동량 증가율 등이 수급 전반에 걸쳐 개선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수은 측의 분석이다. 수은은 BDI는 전통적으로 강세가 나타나는 4분기의 곡물 시즌 이전인 8월부터 상승 탄력을 받고 있어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인도 등의 경제개발로 수요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벌크선 운임지수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까지 선복과잉이 해소될 수준은 아니라 상승추세의 속도는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탱크선 시황 개선은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개월간 유가는 소폭의 상승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수요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탱크선 인도가 지속되고 있어 약보합세 수준의 정체나 완만한 하락 흐름이 예상된다. 3분기 중 유가는 유종별로 10~17% 상승, 브렌트유의 9월 평균가격은 55.5달러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해상운송 수요는 양호한 것으로 추정된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시황개선이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수은은 아직까지 운임지수와 용선지수의 절대치는 낮지만 2017년 시황 흐름은 꾸준한 개선을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수은 측은 “금년 들어 개선되던 흐름이 최근 2~3개월간 조정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2017년 중 시황개선은 완만하게 이어지겠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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