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8월에 이어 9월 들어서도 큰 폭의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선사들은 사드사태의 영향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반기 실적을 보면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시장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한중항로 상반기 누계 물동량은 6.1% 늘어난 142만3000TEU를 기록했다. 이 중 수출화물은 1분기까지 10%의 호성적을 구가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표면화된 2분기 들어 6% 감소로 돌아섰다. 반면 수입화물은 1분기 11.2%, 2분기 7.2%의 견실한 성장을 거뒀다.
사드 후유증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7월 수출물동량은 8.5% 감소한 8만8000TEU에 머물렀다. 수입화물은 5.1% 늘어난 15만2000TEU였다. 수출 부진으로 7월 한 달 한중항로 전체 실적은 0.3% 감소했다. 월간 전체물동량이 역신장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로써 수출화물은 4월 이후 7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4월 -4.6% 5월 -5.6% 6월 -7.7% 7월 -8.5% 등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선사들의 표정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이 사드 보복 조치로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바람에 국내 수출화주들이 판매처를 동남아 등지로 옮기는 추세”라며 “사드의 영향이 끝났다는 일부 분석도 있지만 해운업계에선 시장 침체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8월과 9월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8월엔 휴가철을 맞아 공장의 생산 중단으로 수요가 크게 후퇴했고 9월엔 중국 국경절(10월1일)과 우리나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대했던 ‘화물 밀어내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고철(스크랩)과 폐지 수입을 전면 중단한 것도 시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국정부는 환경 규제 정책의 하나로 9월부터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선사 관계자는 “스크랩과 폐지 의존도가 높은 중국선사들이 중국정부의 이번 규제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화물 전체로 볼 때 고철 등은 레진(석유화학제품) 다음으로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다만 현지 화섬업체의 생산중단으로 국내 화물이 중국으로 수출되면서 8월에 비해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물동량 부진으로 운임도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현재 수출항로의 경우 계약화물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선사들은 부대할증료 등을 묶어서 파는 이른바 ‘패키지운임’이란 명목으로 덤핑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국적선사의 경우 아직까지 운임경쟁을 자제하고 있지만 외국선사들은 시황이 침체되자 일부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하락이 계속되면 선사들도 현재의 운임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항로 운임은 지난달 13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140달러대를 회복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부산행 운임은 8월25일 133달러까지 하락한 뒤 9월1일 137달러 9월8일 140달러로 상승세를 띠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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