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동남아 취항선사들은 해상운임 지키기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국적선사들의 잇따른 동남아행 컨테이너 서비스 확대에 해상운임이 또다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동남아항로에서 관심을 모았던 9월 운임인상(GRI)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선사들은 9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00달러의 GRI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선사들의 평균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이 높지 않은데다 화주들의 반발이 예상돼 인상 결정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수출항로 해상운임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진입했다는 게 선사들의 평가다. 현재 한국발 인도네시아행 해상운임은 TEU당 약 350~400달러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뛴 셈이다. 불과 50달러였던 베트남행 운임도 몇 배 이상 오르며 선사들의 경영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선사들은 이달 한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실어 나른 컨테이너 화물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7월엔 휴가시즌을 겨냥한 밀어내기 물량으로 높은 소석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8월 비수기가 찾아오며 전년 대비 20~30%의 물량이 감소했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선사 관계자는 “올해 8월은 2~3년 전과 다른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힘든 시기였다”며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현 수준의 운임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취항선사들은 이달 시작된 국적해운사들의 신규 컨테이너 항로에 주목했다. 남성해운 동진상선 범주해운 팬오션 천경해운 등 국적 5개 선사는 8월16일 우리나라와 태국·베트남을 잇는 ‘TVX’를 개시했다. SM상선도 17일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잇는 컨테이너선 수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SM상선은 16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투입, 단독으로 ‘VIX’를 운영 중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선사들의 행보를 바라본 타 해운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선사 관계자는 “곤두박질친 운임을 기껏 올려놓았더만 선사들의 서비스 개시로 또다시 떨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했다.
아시아 역내를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감소세를 보였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아시아역내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617만TEU를 기록했다. 6월엔 2.1% 증가한 112만5000TEU를 기록,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건화물과 냉장화물은 각각 1.6% 10.7% 증가한 106만TEU 6만5000TEU로 집계됐다.
한편 베트남에서의 물류 적체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뿐만 아니라 게이트를 벗어난 모든 물류 인프라에서 혼잡 현상이 여전한 것이다. 일부 선사들은 베트남 항만에서 지연된 체선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기항 선사들이 아직도 스케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3~4일은 기본이고 1주일까지 스케줄이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선사들은 10월 초 ‘최장 연휴’에 대응한 밀어내기 물량 덕에 9월 물동량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취항선사들은 최우선 과제로 물량 증가보다는 운임을 지켜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