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올해 선박 수주액이 3년만에 턴어라운드하며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탱크선을 중심으로 선박을 수주한 게 실적 개선 배경이다.
다만 조선사들의 고질적 문제인 수주잔량 감소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일감이 1년치 미만으로 떨어진 탓에 빈 독(Dock)이 여러 개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업계는 일감 확보를 위해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에서도 수주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은 “中·日과 경쟁해 벌크선 수주 힘써야”
중형조선사들의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액이 1년새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연수중공업 등이 포진해 있는 국내 중견조선업계의 상반기 수주액은 약 5억8000만달러(한화 약 6610억원)로 전년 대비 257% 폭증했다. 지난 한 해 실적인 3억7800만달러(약 4300억원)를 웃도는 수치다.
아울러 2014년 하락하기 시작해 3억7천만달러까지 곤두박질친 수주액도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조선사들은 2013년 42억2000만달러의 수주액을 거뒀으나 이듬해 31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매년 하락세를 거듭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 리스트는 오로지 탱크선으로만 채워졌다.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 기타 선종의 수주는 전무했다. 올해 전 세계 벌크선 발주량이 전년 대비 37.5% 증가했지만 국내 중견조선사들이 체결한 건조계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탱크선을 위주로 편식 수주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수주액은 모처럼 증가했지만, 수주잔량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분기 말 중견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122만CGT(수정환산톤수)로 전분기 대비 9.7% 감소했다. 수주잔량은 59척으로 1년치 일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반기 건조량(인도량)도 전분기 대비 48.6% 감소한 372만3000DWT(재화중량톤수)로 집계됐다. 건조척수 역시 1년새 75척에서 48척으로 쪼그라들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주잔량과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에 따른 건조능력 감소로 건조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은은 중형조선시장이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1분기 수주량이 단 3척으로 부진을 나타낸 중형조선업계가 2분기 13척의 탱크선을 수주했지만 일감절벽을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은은 상반기 수주량이 전년 대비 302% 폭증한 점도 전년도 상반기의 극심한 부진에 의한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신조선 가격이 2분기 들어 개선추세가 완만히 나타나고 있고 시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중형조선업계는 탱크선에만 편중된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을 수주하며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수은은 탱크선 발주가 언제 급감할 지 알 수 없고, 벌크선 수요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향후 중국 일본과 경쟁해 일감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중장기적으로 친환경 고효율 선박, 스마트 선박 등의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벌크선 운임지수 개선 ‘뚜렷’
올해 상반기 중형선박 해운시장에서는 벌크선 부문만이 회복세를 보였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개선 추세가 뚜렷했다. 상반기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평균 974.8포인트로 전년 대비 100.6% 상승했다. 2분기 선복량 증가가 해상 물동량 상승에 미치지 못하며 시황 개선이 지속됐다. 수은은 “향후 환경규제효과에 의해 폐선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복과잉 영향으로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점차 시황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형 탱크선 운임지수(WS)는 전년 대비 소폭 낮은 수준이다. 물동량 증가세 둔화가 시황 악화 배경으로 꼽힌다. 11만DWT급 아프라막스 탱크선의 2분기 평균 용선료는 전분기 대비 8.5% 낮은 일일당 1만5438달러를 기록했다.
하우로빈슨컨테이너지수(HRCI)는 2분기 들어 5월부터 하락 흐름이 나타났다. 2분기 HRCI 평균 지수는 607포인트로 전분기 대비 37.5% 상승했다. 급격히 상승한 지수는 5월부터 조정양상을 보이며 14.1% 하락, 6월 말 547포인트까지 떨어졌다. 2분기 중 조정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2015년 말 이후 오랜 침체를 깨고 크게 개선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수은은 “해상물동량 및 폐선량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선복과잉으로 속도는 제한적이나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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