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일로의 신조선 시황이 머지 않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환경규제 강화로 발주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되는 친환경선박이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지원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지금이 국적선사들이 선박을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적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연료효율 공개를 의무화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선사들이 선가가 싼 고효율 선박을 구입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탱크선 효자노릇 ‘톡톡’ 수주량 절반독식
올해 상반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탱크선을 중심으로 수주, 지난해와 비교해 더 많은 수주고를 쌓아올렸다. 수주실적은 개선됐지만 조선사들은 필요 수주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며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5월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한 207만CGT(수정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수주액 역시 324% 폭증한 42억3천만달러로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뤘다. 수은은 전년 상반기의 극심한 침체에 의한 기저효과가 수주 증가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5월까지 수주량은 건조량의 약 42%에 불과해 침체가 여전히 극심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필요 수주량으로 추정되는 월 100만CGT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수주절벽 상황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치라는 평가다. 여기에 선가까지 오르고 있어 하반기 시황은 어느 정도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탱크선 발주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탱크선을 중심으로 채워지고 있다. 전체 선종 중 약 48%가 탱크선이었으며 여기에 제품운반선 비중 11%를 더하면 약 60%가 탱크선류의 건조 계약건이다. 이밖에 LNG선 수주는 약 26%로 전체 선종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탱크선과 LNG선이 국내 조선사들의 숨통을 트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 국내 신조선 수주잔량 추이(자료: 클락슨, 수출입은행) |
일감을 늘린 조선사들은 수주잔량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국내 선박 수주잔량은 연초 대비 14.3% 감소한 1749만CGT로 집계됐다. 수주잔량 감소속도는 완화됐으나 여전히 일감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이다. 수출입은행은 통계상의 허수 등 오류를 고려하면 약 1.3년치 이하의 일감이 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 수주잔량 부족은 한국 조선사업에 가장 심각한 문제이며, 특히 내년 생산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업계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수주도 상반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연말로 가면서 증가폭이 다소 확대되는 흐름을 띤다는 예상이다. 수은은 올해 한국의 총 수주량은 전년 대비 126% 증가한 500만CGT, 수주액은 271% 증가한 170억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조선 시황 침체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선주들의 관망세로 신조선 발주가 미뤄지고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수은 측의 견해다. 평형수처리장치 규제에 의한 개조투자 여부, 2020년부터 실행되는 SOx(황산화물) 규제에 대한 개조와 신조 투자 등 선주들 입장에서는 발주 결정을 내려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U 미국 등 주요국 정부들의 단독규제까지 추가로 검토되고 있어 선주들의 친환경 선박 마련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수은은 “향후 선가하락에 따라 LNG연료추진선박의 신조선 수요가 급격히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환경규제에 의한 신조선 수요는 잠재돼 있으며 2018년을 전후해 이들 수요가 발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 확보와 더불어 조선사들의 영업손실도 우려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수주급감에 따른 매출감소, 저선가 및 고정비 부담 증가로 조선사들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건 한신평 기업평가본부장은 “단기적으로 차입 축소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영업창출현금흐름 변동에 따른 차입확대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주량이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매출 반영까지 시일이 소요되며 수주잔고가 매출액의 1배 내외라 하반기에 매출감소 및 영업손실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선박폐선, 수급불균형 개선엔 큰 도움 못돼
국내 컨테이너선 시장은 폐선 효과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시황 개선 움직임이 감지됐다. 5월까지 폐선된 선복량은 연초 선복량 대비 약 1.3%로 비교적 활발한 폐선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컨테이너선 해상 물동량 증가율도 전년 2%대에서 올해 4% 내외로 전망돼 폐선에 의한 선복량 조절은 시황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다만 폐선 선박들은 중소형선으로 대형선 시장 수급 불균형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하반기 컨테이너선 시장은 완만한 수준의 개선이 기대된다. 수은은 물동량 증가세가 과거 2012년처럼 5~7%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시황개선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은은 국내 해운업계가 시장의 흐름을 읽고 경쟁력을 끌어올려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적선사들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선가가 저렴한 고효율 선박을 구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나중에 선가가 오를 때 품질이 낮은 조선소에 발주하거나 중고선을 도입하는 건 중장기적 경쟁력에 해가 될 수 있다.
상반기 벌크선시장의 평균 운임지수(BDI)는 984포인트로 전년 대비 102%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6월 들어 800포인트대로 내려앉았으며 아직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은은 하반기 벌크선 시황에 대해 완만한 수주의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요 측면에서는 교역 성장률이 높아지며 해상물량 증가율이 선복량 증가세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탱크선 시황은 추가하락이 예상되며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수은은 석유제품의 경우 수요증가폭에 따라 시황 등락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폭의 시황 악화를 예상했다.
반면 유조선의 경우 저선가 시기에 대량 발주된 선박이 집중적으로 공급되고 원유의 운송수요가 급증하기 어려워 시황이 추가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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