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남아 취항선사들이 이달 운임회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선사들이 공략지역으로 주목한 곳은 저운임으로 얼룩진 대만이다. 대만 해운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사들이 뭉친 까닭에 그 어느 때보다 운임인상(GRI)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고려해운과 에버그린 완하이라인 TS라인 양밍해운 청리내비게이션(CNC)은 이달 22일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00달러의 GRI를 실시했다. 선사들은 한국발 대만행 컨테이너 화물을 대상으로 GRI를 시도해 반토막 이상 떨어진 해상운임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채산성 악화에 직면한 선사들은 이번 GRI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대만항로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고려해운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만선사들과 협력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GRI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에 이어 대만을 대상으로 운임 담금질에 나섰던 선사들은 아직도 운임회복을 이뤄내야 할 지역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자카르타와 싱가포르, 홍콩, 방콕 등이 낮은 운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들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기항 선사가 워낙 많은 탓에 운임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카르타 역시 외국적선사들의 점유율이 높은 까닭에 운임 정상화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특히 선사들은 태국에서의 GRI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선사와의 협력이 어려워 GRI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한국발 방콕행 해상운임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람차방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선사 관계자는 “람차방을 리드하고 있는 선사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데 넘버2~3의 해운사들이 어떻게 운임을 올릴 수가 있겠느냐”며 “방콕 운임은 오르고 있지만 람차방은 아직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동남아항로의 해상 물동량은 연초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남아항로의 전체 물동량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베트남항로의 질주는 멈출 줄 모르며 폭발적인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성수기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어 2분기 물동량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은 올 상반기 내에 또 한 차례의 GRI를 계획하고 있다. 물동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발맞춰 운임회복 고삐를 바짝 당기겠다는 의도다.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항로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고 저운임 악재를 털어내기 위한 분위기가 선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어 성공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동남아항로 해상운임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발 물량이 강세인데다 운임회복에 대한 선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운임도 덩달아 올랐다. 상하이항운교역소(SSE)에 따르면 4월7일자 상하이-싱가포르의 해상운임은 TEU당 113달러로 한 달 전과 비교해 상승했다. 상하이발 홍콩행 운임은 전달과 비교해 변동 없는 51달러로 집계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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