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얼라이언스(해운동맹) 재편을 앞두고 물량 유치를 위한 동남아시아 항만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해운물류업계는 ‘고객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동남아 항만들이 하역료 출혈경쟁까지 벌이며 물량 유치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충분한 하역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신규 항만 건설까지 예정돼 있어 각국 항만들의 ‘제살깎이 경쟁’이 예고된다.
싱가포르·말련 등 대형항만건설 ‘착착’…하역료 하락조짐
외신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최근 동남아 항만들은 글로벌 해운선사 유치를 위해 항만 인프라 업그레이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추진 중인 항만 건설은 말라카해협에서 추진되고 있다. 투사항을 비롯해 5개의 대형 항만 건설과 확장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항만 인프라 확충이 적기라고 판단해 세계 1위 환적허브 항만 굳히기에 들어갔다. 특히 새롭게 재편되는 얼라이언스를 대상으로 세계 1위 환적허브 항만의 위상을 제고하고자 항만 건설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탄중펠레파스항과 포트클랑항 확장 계획이 착착 진행 중이다. 두 항의 시설 확장은 주요 기항선사인 머스크라인과 CMA CGM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약 45억달러가 투입되는 포트클랑항 개발사업은 향후 20년간 말레이시아 캐리섬에서 진행된다. 이번 건설을 통해 기존 북항과 서항에서 처리되는 화물보다 많은 연간 3000만TEU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싱가포르 PSA인터내셔널은 CMA CGM과 함께 4개 선석을 운영하는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PSA인터내셔널은 향후 CMA CGM 등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에게 더욱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며, 이는 말레이시아 항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CMA CGM은 포트클랑 서부항 물량의 3분의 1, 약 20%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이번 합작사 설립을 통해 일부 환적화물을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대형항만 건설 대열에 싱가포르에 이어 나란히 합류했다. 중국은 말라카해협에서 2개의 대형 신규항만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건설은 자국의 에너지, 무역 등을 보호하고 전략적 대안항만 확보를 위해 진행된다.
지난해 중국은 말라카해협에 약 19억달러 규모의 대형 항만 건설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말라카해협 입구에 위치한 싱가포르 인근 인도네시아 바탕섬의 탄중항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미 해당지역의 충분한 하역능력에도 불구하고 해당 계획은 연간 400만TEU를 처리할 수 있다. 업계는 중국의 대규모 항만건설 계획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충분한 하역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항만 개발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건 동남아 지역 항만간 경쟁으로 곤두박질치는 하역료다. 최근 싱가포르항 가오슝항의 20피트 컨테이너(TEU)당 하역료는 약 7만원대다. 이밖에 상하이항과 홍콩항은 약 10만원을 웃도는 하역료를 고객으로부터 받고 있다. 우리나라 부산항에 비해 높은 수준의 하역료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향후 항만 건설이 마무리될 경우 하역료 덤핑이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항만간 화물유치 경쟁으로 하역료가 떨어질 경우 운영사들의 수익 개선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과열된 항만투자의 성공 평가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개발현상으로 얼라이언스 구조 체계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항만개발을 국내 선사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했다. 기존 기항 중인 항만의 경우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당장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향후에 하역료가 떨어지게 되면 선사들에게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이미 선석이 충분한 동남아 항만들이 꽤 있다”라며 “항만 개발이 마무리되면 선사들로서는 항만 인프라와 운송루트, 하역료 등에서 경쟁력 있는 항만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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