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는 연초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에 비해 순탄한 물동량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다. 운임도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 소속 선사들은 신년 1기(1~2월) 선적상한선(실링)을 92.5%로 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2%에 비해 무려 10%나 끌어올렸다. 공표제 도입으로 운임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자신감이 실링 완화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1월은 일본의 연휴가 예년에 비해 짧은 편이어서 정초 물동량 사정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1년 전 80%대로 실링을 강화하자 국적선사에 싣지 못한 화물이 맹외선사(외국선사)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운임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굳이 화물 이탈을 무릅쓰면서까지 실링을 보수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한일항로 수출 운임은 공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선적상한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 및 한신(고베·오사카) 지역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65달러(부산발 기준)다. 지난해 4월 운임 공표가 시행된 이후 이 요율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인천 출발은 215달러, 광양 출발은 265달러 정도다. 한중항로나 동남아항로에 비해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자동차 등 일부 계약화주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운임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선사들에게 부담이다.
수입화물 운임은 다소 저조한 편이다. 주요항로의 경우도 TEU당 50달러가 채 안 된다. 원·엔화 환율이 약세를 띠고 있음에도 일본발 수입화물이 증가 곡선을 그리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운임공표제는 수출항로에서만 적용되고 있어 수입 운임 회복은 쉽지 않은 시정이다. 선사들은 원양선사들이 고객인 피더화물 운임에 대해서도 최저운임제(MGL)를 추진 중이다. 피더화물은 지난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이후 큰 폭으로 이탈하면서 운임도 바닥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선에서 피더화물에 대한 요율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물동량은 소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1~11월 물동량은 2.2% 늘어난 167만8721TEU였다. 로컬(직교역)화물은 1.1% 늘어난 66만5018TEU, 3국간(자사환적)화물은 7.7% 늘어난 71만6215TEU를 견인하며 호조를 띠었다. 반면 피더화물(원양선사 환적)은 6.8% 감소한 29만7488TEU에 그쳤다. 월별 성장률은 1월 4% 2월 8.9% 3월 -2.5% 4월 0.4% 5월 3.3% 6월 -1.0% 7월 9.5% 8월 -0.5% 9월 -1.6% 10월 3.1% 11월 -0.3%를 띠었다. 전통적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3월과 11월 등의 기간엔 마이너스를 보인 반면 비수기인 1~2월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신고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연초 출범한 SM상선이 한국근해수송협의회 가입을 타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SM상선은 3~4월께 신항로를 출항할 예정으로 한일항로도 타깃 중 하나다. 과거 한진해운은 게이힌항로 1편, 한신항로 1편을 각각 취항해왔다. SM상선도 한진해운과 비슷한 형태로 한일항로를 운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일부에서 SM상선이 기존 취항선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항로 진출을 진행 중인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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