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동항로는 한진해운 침몰 여파로 취항선사들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의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과 해상운임은 쌍끌이 상승세를 보였다. 이란 경제 제재 해제 훈풍이 불지 않아 고전했던 중동 해운시장에 뜻밖의 호재가 작용했다.
올 들어 이란 제재 해제 소식에 선사들은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선사들은 제재 해제를 통해 곤두박질쳤던 수출입 물량이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란을 떠난 선사도 복귀를 알리며 중동항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란 경제 제재 해제는 선사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제재 해제에 발 맞춰 잇따라 늘어난 선사들의 기항 탓에 화물집하 경쟁만 치열해졌다. 1월 제재 해제로 이란 특수에 대한 기대감만 커졌을 뿐 발주사들의 주문량이 늘지 않아 수출 물량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올해 선사들은 수출부진 타개와 운임 정상화를 위해 릴레이 임시휴항(블랭크 세일)을 잇따라 실시했다. 공급량을 줄여 운임을 어떻게든 끌어올려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선복감축 영향으로 중동항로의 해상운임은 4월 들어 상승세를 보였다. 4월8일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안걸프·홍해항로 평균 해상운임은 TEU당 558달러로 지난 3월 211달러 대비 300달러 이상 상승했다.
중동항로도 동남아항로에 이어 파나마운하 확장 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동남아항로에 대형선을 띄웠던 선사들의 캐스케이딩(선박전환배치)으로 인해 중동항로는 몸살을 앓았다. 6000~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선사들이 중동항로에 진출하며 선박의 평균 크기가 대형화됐다. 운임 끌어올리기에 고군분투했던 선사들은 선박 대형화라는 변수에 역풍을 맞았다.
상반기 상승했던 해상운임으로 반짝 특수를 노렸던 중동항로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9월 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행을 결정하며 주요 항로를 중심으로 해상운임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선사들의 평균 소석률도 상승했다. 선사들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화물을 빨아들이며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한진해운이 서비스해 온 제벨알리, 담맘, 반다르아바스, 아부다비 등의 항로에서 화물을 끌어왔다.
정체를 보였던 해상운임도 상승세를 보였다. 9월9일 SSE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안걸프·홍해항로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1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초 248달러에 비해 120달러 이상 상승했다. 한국발 중동행 해상운임도 덩달아 뛰었다. 제벨알리행 수출 운임은 지난달에 비해 TEU당 100~150달러가량 상승한 약 450~500달러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다르아바스행 운임도 약 500~600달러로 뛰어올랐다.
중동항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프로젝트 물량 감소로 어두운 시황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유가하락으로 인해 현지 바이어들의 구매력은 아직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내년부터 이란 경제 활성화를 계기로 중동항로 시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한진해운 침몰로 분위기가 반전한 중동항로 시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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