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해선사들이 비정상적인 운임이 난무한 동남아항로를 바로 잡기 위해 운임인상(GRI) 칼을 빼들었다. 동남아 취항선사들은 베트남 호찌민·하이퐁, 태국 방콕항로에 대해 10월 말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10~12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20~240달러의 GRI를 실시한다. 올해 선사들은 이 항로에서 릴레이 GRI를 계획한 바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TEU당 총 400달러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지만 매달 고배를 마셨다. 선사들의 치열한 화물집하 경쟁이 GRI 성공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진해운이 빠진 틈을 수많은 선사들이 메운 점도 GRI 실패에 한몫했다.
선사들은 이번 GRI 성공 가능성을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치고 있다. 한진해운 이탈 물량을 흡수한 현대상선 등 근해선사들의 GRI 참여가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최근 프로젝트 물량이 늘어난 점도 GRI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번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지역의 해상운임은 2년 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한 때 TEU당 약 500달러대를 돌파했었던 베트남항로의 해상운임은 100~150달러까지 떨어졌으며, 태국항로의 해상운임 역시 곤두박질 쳤다. 서비스를 잇따라 개설한 선사들의 화물 유치경쟁이 치열한 탓에 비정상적인 운임으로 거래가 진행됐다. 올해 파나마 운하 확장개통으로 발생한 캐스케이딩(선박전환배치)도 선사들의 수익성 확보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선사들의 운임인상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근해선사들은 현재 하역이 완료되지 않아 공해상에 떠있는 한진해운 선박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재작업되는 환적 화물 유치를 통해 비수기인 11월에 실적을 그나마 내보겠다는 심산이다.
이달에도 아시아역내항로를 강화하기 위한 취항선사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범주해운은 머스크라인 자회사인 MCC트랜스포트와 선복 맞교환(스페이스 스왑) 방식으로 상하이와 베트남을 잇는 정기선 서비스를 이달 중순부터 새롭게 시작했다.
올해 9월 동남아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반기 들어 물동량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양새다. 동남아정기선사협회에 따르면 9월 동남아항로 수출입 물동량은 19만4508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19만235TEU에 견줘 증가했다. 수출 물동량은 10만3253TEU로 전년 동기 9만8027TEU 대비 5.3% 증가했다. 반면 수입 물동량은 9만1255TEU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9만2208TEU 대비 1% 감소했다.
9월 동남아국가 중 수출 물동량 증가세가 가장 높은 국가는 말레이시아였다. 말레이시아행 컨테이너 화물은 지난해 9122TEU 보다 12.1% 증가한 1만229TEU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베트남이 두 번째로 높은 수출화물 증가율(7.3%)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동남아항로의 해상운임은 지난달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항운교역소(SSE)에 따르면 10월14일자 상하이-싱가포르의 해상운임은 TEU당 58달러로 한 달 전 53달러와 비교해 소폭 상승했다. 홍콩항 운임은 역시 57달러로 큰 변화가 없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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