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해운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9월 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행을 결정하며 주요 항로를 중심으로 해상운임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선사들의 평균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도 상승했다. 선사들은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화물을 빨아들이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한진해운이 서비스해 온 제벨알리, 담맘, 반다르아바스, 아부다비 등의 항로에서 화물을 끌어왔다.
지난달 하락반전했던 해상운임도 이달 상승세를 보였다. 9월9일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안걸프·홍해항로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1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초 248달러에 비해 120달러 이상 상승했다. 한국발 중동행 해상운임도 덩달아 뛰었다. 제벨알리행 수출 운임은 지난달에 비해 TEU당 100~150달러가량 상승한 450~500달러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다르아바스행 운임도 500~600달러로 뛰어올랐다.
중동항로에서는 이달 초 TEU당 2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00달러의 운임인상(GRI)을 계획한 바 있다. 선사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100달러 이상의 인상분을 화주들에게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0월1일 중동항로 선사들은 TEU당 1000달러의 GRI 실시할 계획이다. 선사들은 한국발 이란행 수출 운임을 올려 시황회복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선사 관계자는 “반다르아바스 운임이 850~900달러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떨어졌던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운임인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추석과 중국 국경절 연휴를 타깃으로 한 밀어내기 물량 실종에 선사들은 애간장을 태웠다. 취항선사들이 많은 탓에 밀어내기 화물 유치는 언젠가부터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기대했던 밀어내기 물량이 전혀 나오지 않은 데다 국경절 연휴로 물량이 감소해 선사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휴 이후 물량 상황에 따라 운임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10월 초 국경절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휴항(블랭크세일)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매주 1척의 선박을 빼며 선복감축을 진행했던 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은 TEU당 약 100~200달러의 해상운임 상승효과를 거둔 바 있다. 올 하반기에도 8~9월 여름 휴가철과 추석에 이어 다음달 국경절에 대응해 선복조절에 나선다.
이달에도 선사들의 중동향 서비스 개설이 줄을 이었다. 에미레이트쉬핑라인(ESL)은 울산과 서남아, 중동을 잇는 항로를 개설, 9월19일부터 첫 서비스를 개시했다. 부산에 이어 울산에서도 중동과 서남아시아로 컨테이너 화물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 노선에는 에미레이트 5척, 고려해운 2척, RCL 1척 등 675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이 투입 중이다. 현대상선 역시 광양발 중동서비스인 WAX(West Asia Express) 서비스를 9월18일부터 개시하며, 한진해운의 자리를 메웠다. 현재 이 서비스에는 8000~9200TEU급 컨테이너선을 APL에서 6척, MOL에서 1척을 투입 중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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