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도 동남아항로에 이어 파나마운하 확장 역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동남아항로에 대형선을 띄웠던 선사들의 캐스케이딩(선박전환배치)으로 인해 중동항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6000~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선사들이 중동항로에 진출하며 선박의 평균 크기가 대형화됐다.
운임 끌어올리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사들은 선박 대형화라는 변수에 역풍을 맞았다. 올 상반기 들어 급락한 해상운임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두바이, 제벨알리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운임이 최대 30%까지 감소했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시황 타개를 위해 선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임시휴항(블랭크세일)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올해 3~5월까지 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은 매주 1척의 선박을 빼며 선복감축을 진행한 바 있다. 감축 효과를 누리며 선사들은 약 100~150달러의 해상운임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선사들은 이달에 이어 9월에도 임시휴항을 실시한다. 8~9월 여름 휴가철과 추석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선대 대형화로 인해 선복감축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선사들이 기대를 걸었던 이란발 훈풍도 불어오지 않고 있다. 이란과 한국을 오가는 교역량은 제재 해제 이전 수준에 비해 증가했지만, 화물유치 경쟁이 치열한 탓에 선사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 선사 관계자는 “동남아와 중동에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취항선사들이 워낙 많고 경쟁이 치열해 이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달 소폭 오름세를 보인 중동항로의 해상운임은 이달 하락반전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당 해상운임이 300달러대로 무너졌다. 8월12일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안걸프·홍해항로 해상운임은 TEU당 24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초 387달러에 비해 100달러 이상 떨어졌다.
중동항로 선사협의체(IRA)는 8월1일부로 TEU당 100달러, FEU당 200달러의 운임인상을 실시했다. 임시휴항 등 선사들의 자구책 실시로 일말의 희망을 걸었지만 운임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선사들의 화물유치 경쟁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이다. 평소 중동항로에서는 명절, 휴가철 등에 대응하기 위한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곤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실종된 밀어내기 특수로 인해 선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로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와 중동의 무역 규모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총 교역규모는 전년 대비 대폭 감소한 5163억달러로 집계됐다.
유가하락으로 중동시장의 경제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선사들은 남은 하반기도 시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사 관계자는 “임시휴항 등을 통해 선복을 조절함으로써 시황 약세를 어떻게 극복해낼지가 관건이다”라며 “소석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사들의 경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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