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확장 개통 후폭풍이 올해 하반기 동남아항로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운하 확장으로 동남아항로의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항선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만TEU급 이상의 대형선박이 파나마운하에 투입되면 기존 파나막스급(4000~5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아프리카, 근해항로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 역시 선사들의 캐스케이딩(전환배치) 구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항로 중 하나다.
가뜩이나 선복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남아항로에서 대형선 증가는 선사들의 ‘치킨게임’을 더욱 가열시킬 수 있다. 선박들의 전환배치에 대해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게 선사들의 중론이다. 선사 관계자는 “원양에서 전환배치되는 선박을 어찌 대응할 수가 있겠느냐. 선복감축이나 선박 해체(스크랩)가 한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괜히 남좋은 일 시켜가면서 이런 결정을 내리는 선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항로에서는 올해 상반기(1~6월)까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총 400달러의 운임인상(GRI)을 계획한 바 있다. 하지만 선사들의 치열한 화물집하 경쟁으로 인해 GRI는 유야무야됐다. 하반기에도 GRI가 계획돼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해 상반기 선사들의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은 대체로 높은 수준이지만 해상운임은 바닥 수준을 보이고 있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원양항로 운임이 10분의 1 토막 났듯이, 아시아 역내항로도 약 400~500달러 하던 게 지금은 약 40~5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화물을 유치해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1~6월) 동남아항로의 물동량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동남아정기선사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동남아항로 수출입 물동량은 전년 동월 114만6662TEU 대비 3.1% 증가한 118만2449TEU로 집계됐다. 2014년 상반기 10% 성장에 비해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수출 물동량은 62만8846TEU로 지난해 상반기 60만7579TEU에 견줘 3.5% 성장했으며, 수입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 53만9083TEU와 비교해 2.6% 증가한 55만3603TEU를 기록했다. 동남아항로는 통상적으로 여름이 비수기지만 6월 물동량은 견조세를 보였다. 6월 한국발 동남아시아향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한 10만9532TEU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와 베트남행 컨테이너 화물이 각각 40.3% 10.7% 폭증하며 전체 물량 상승을 이끌었다. 동남아발 한국행 화물은 6.2% 상승한 9만8670TEU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에도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였다. 머스크라인의 아시아역내항로 자회사인 MCC트랜스포트는 지난 22일 <프리시아 일러>(FRISIA ILLER)호를 시작으로 주 1항차 ‘IA5’(Intra Asia 5) 서비스를 개시했다.
7월 동남아항로의 해상운임은 지난달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상하이항운교역소(SSE)에 따르면 7월8일자 상하이-동남아시아(싱가포르)의 해상운임은 TEU당 55달러로 한달 전인 62달러와 비교해 7달러 떨어졌다. 홍콩항 운임은 56달러로 지난달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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