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9 13:31

위기의 해운조선 "日 성공사례 벤치마킹하라"

KMI, 제2회 해운조선정책포럼 개최

"국내 해운업의 탄탄한 기반 없이 조선업 역시 생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황침체로 역풍을 맞고 있는 국내 해운·조선업이 해사클러스터를 작동해 상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경쟁상대인 일본의 성공사례를 거울로 삼아 해운·조선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제2회 해운조선정책포럼에서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는 "현재 선진국에서 조선업을 강력히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라며, "대형화주와 선사, 금융기관과의 연계로 서로가 이득을 보는 써클을 만들어 상생·발전해 왔다"고 밝혔다.

日 조선 '호혜의 써클'로 선박발주 촉진

한 교수는 최근 회생인가 결정을 얻어낸 일본 선사 다이이치추오의 사례를 언급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다이이치추오는 무리한 투자로 인해 도산했지만, 이후 이마바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선주들과 조선사 등 14개사가 해사클러스터를 만들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조선사와 선주가 협력해 출자전환을 진행하고 신조선 발주를 추진했다.

한 교수는 "선주와 조선사가 협력해 살리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며 "우리도 2~3년 전에 회사들이 도산했을 때 이런 방법을 썼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일본은 선박 발주물량이 선사, 화주, 종합상사 등과 연계한 해사클러스터가 원활히 작동하고 있다. 2013년 일본은 자국 선주로부터 424척의 선박을 수주한 바 있다. 전체 540척 중 79%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선박을 발주한 그리스(278척)와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리스 선주들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형조선사에 선박을 잇달아 발주하며 선대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선주들이 자국 조선소에 발주한 선박은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선주들 역시 자국 조선사와 가장 많은 선박(544척) 건조계약 체결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현재 선박 건조에 필요한 박용(舶用)기기 자급율이 95%에 달하며, 철강 역시 100% 자국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해외지사와 공장에 쓰이는 제품 또한 자국에서 조달한다. 해운·조선과 관련된 모든 산업이 철저히 내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 조달형으로 각각 70% 40%를 나타냈다. 한 교수는 대형화주-종합상사-조선소-선사로 연결되는 '호혜의 써클'로 일본은 내수형 수요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일본은 해운과 조선업의 동시발전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조선소의 신조선 중, 일정부분을 국내선사가 이용 가능하도록 금융지원을 하고 있으며, 부실한 선사를 제정적으로 지원하는 이자보급과 계획조선을 실시하고 있다.

계획조선을 실시해 국가 산업에 필요한 컨테이너선, LNG선 등 우량 선종을 공급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일본 조선업은 국책은행을 활용해 저리로 융자를 제공하고 대형화주와 금융, 선사들이 연계되는 등 최고의 신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 교수는 해사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한 해운·조선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선사들이 가장 부족한 선박설계 R&D(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선박의 전체 라이프사이클(계획-설계-건조-운항-보수-폐기)에 걸친 새로운 가치사슬을 창조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의 연계가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올 들어 두 번째 개최된 해운조선정책포럼은 지난 4월28일 발족했다. 해운·조선업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협력을 통한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날 포럼에는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성귀 원장, 한국선주협회 이윤재 회장, 한국선급 박범식 회장, 한중훼리 곽인섭 사장, 한국해사문제연구소 박현규 이사장, 한국해법학회 김인현 회장, 한국항만물류협회 김석구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윤 차관(사진 위)은 환영사를 통해 "중국의 고서 좌전에 서제막급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기회를 놓치면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오늘 포럼이 우리 해운조선 산업정책의 방향성과 적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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