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조선·해양 산업에서 굴기(堀起)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항만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 1위 컨테이너 처리항인 상하이항은 싱가포르항과 서서히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항구집장상망(中國港口集裝箱网)의 공시자료에 따르면, 상하이항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처리한 20피트컨테이너(TEU)는 약 1478만개에 이른다. 싱가포르항과의 격차를 220만TEU까지 벌리며 멀찌감치 따돌리는 모습이다.
220만TEU는 싱가포르항이 한 달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상회하는 격차다. 이변이 없는 한 상하이항은 올해도 처리량 1위를 기록하게 된다. 대항마 없는 세계 최대 항구로 7년 연속 자리를 지키게 된다.
상하이항의 1~5월까지 처리량은 작년과 비교해 1.1% 줄었지만 순위는 부동이다. 글로벌 경기여파로 세계 2위 항만인 싱가포르항의 처리량은 이보다 낙폭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1~5월까지 싱가포르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1258만TEU를 처리했다. 올해도 역주행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싱가포르해사항만청(MPA) 측은 최근 이 같은 실적 하락에 대해 “아시아-유럽 간 화물량 감소와 얼라이언스 재편, 벙커유 하락으로 인해 싱가포르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항이 작년 6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엔 컨테이너 처리량이 9% 줄어 10위권 상위 항만 중 가장 큰 물동량 감소를 보였다.
부산항, 홍콩항 누르고 5위 유지
중국항구집장상망에 따르면, 5월까지 중국 10대 주요항의 컨테이너 처리량 순위는 1분기까지와 비교해 변동이 없었지만 전체 처리량은 전년 수준을 하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홍콩항은 1~5월까지 처리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무려 11% 떨어지며 755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데 그쳤다. 작년 닝보-저우산항에게 밀린 홍콩항은 노후 인프라와 고임금 조건 등 여러 문제가 결합돼 고전하는 모양새다. 올 1분기 부산항에게 자리를 내준 후 현재까지 변동 조짐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홍콩항 물동량 급감 이유에 대해 “홍콩항의 물류비용은 상하이·선전·닝보항보다 비싸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상하이·선전·닝보항을 이용하는 것이 거리도 단축되며 운임비용 역시 5~20% 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전 세계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며 “부산항이 홍콩항을 누르고 5위로 등극했지만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정부는 현재 홍콩항의 얕은 수심으로 인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16.5m 수심에서 1m 늘어난 17.5m로 증심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컨테이너를 무리 없이 수용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산항은 지난 5월 약 163만TEU(잠정치)의 컨테이너를 처리함에 따라 1~5월까지 총 802만TEU를 처리했다. 작년부터 월간 물동량에서 몇 차례 홍콩항을 앞서기 시작했지만 올해 1분기 들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지난 2월 홍콩항의 물동량이 12% 감소한 데 반해 부산항의 물동량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주효했다. 현재 부산항은 홍콩항을 누르고 한 계단 뛰어올라 전 세계 항만 순위 5위다. 1~5월까지 부산항과 홍콩항과의 격차는 47만TEU다.
1~5월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작년 동기간과 비교해 1.8% 줄어 상하이항과 선전항보다 낙폭이 컸다. 특히 환적화물 물동량이 급감했다. 3.1%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부산항이 올해 초 선포한 2000만TEU 달성은 어렵다.
세계 교역량의 감소 지속, 세계 해운업체들의 경영 악화에 따른 비수익 노선 감축, 중국의 내수 중심 성장 전략 등이 부산항의 환적화물처리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中 항만 성장세 지속
반면 중국의 항만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전 세계 1, 3위 항만인 상하이항과 선전항은 성장 보폭이 느려진 반면, 닝보-저우산, 칭다오, 광저우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칭다오항과 광저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1~5월까지 4.3%, 5.1%씩 늘었다. 각각 741만TEU, 705만TEU를 처리했다.
위로는 상하이항과 선전항과의 격차를 조금씩 좁혀가고 있으며 아래로는 싱가포르항의 대항마로 포진해있다. 현재까지 칭다오항은 7위에, 광저우항은 8위에 머물고 있다(전 세계 항만 기준). 특히 북중국 최대 규모 컨테이너 환적항으로 유리한 입지조건을 활용하고 있는 칭다오항은 신규 시설 및 노선 확충에 힘입어 급성장 중이다.
닝보-저우산항은 1~5월까지 893만TEU를 처리했다. 2015년 같은 기간 동안 처리된 컨테이너 물동량에 비해 1.5% 증가한 수치다. 현재까지 부산항보다 91만TEU 앞섰다. 2020년 처리량은 2200만TEU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연간처리량은 2060만TEU였다.
이밖에 톈진항은 5월까지 589만TEU를 처리해 중국 내 항만 순위에서 7위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홍콩항 포함). 다롄항은 5월까지 384만TEU를 처리해 전년 대비 처리량이 0.4% 늘었다. 샤먼항 역시 컨테이너 364만TEU를 처리해 2.4% 성장했다.
< 김언한 기자 uh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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