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부산항에 뱃머리를 댄 평균 선형은 2만t 이하에 불과했지만, 30년이 지난 2020년에는 8만t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선박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항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심 증설과 부두 확충공사를 고려할 때 선박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선 입항 상승세 ‘뚜렷’
세계 6위 항만 부산항에 입항한 10만t급 이상의 선박 척수가 10년 사이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는 개항 이래 최초로 10만t급 이상의 대형선 입항이 1000척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의 부산항 기항 증가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2005년 단 13척의 10만t급 선박이 부산항을 찾았으나, 2010년엔 114척으로 크게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00척을 넘어섰다. 몇 십년 전만해도 3만~4만t급 선박이 주류를 이뤘지만 선사들은 선박 몸집을 두배 이상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2만t급 선박 5척을 해상에 투입하는 것보다 10만t급 선박 1척을 운용하는게 기름값과 인건비 등의 비용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7만5천t급~10만t급의 선박 입항 증가도 눈에 띈다. 2005년 350척에 달했던 선박은 2013년 1000척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1211척에 달했다. 6만~7만5000t급 선박입항은 2005년 575척이었으나, 2015년에는 977척으로 불었으며, 5만t~6만t급의 기항 선박도 953척에서 1066척으로 늘었다. 5만t급 이상은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6만t급 이상의 선박 증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BPA 관계자는 “선사들이 선박의 크기를 키우며,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도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선 입항 증가 전망
1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선박 대형화도 꾸준히 진행됐다. 특히 5만t급 이상을 중심으로 선대 대형화가 지속됐다. 입항 선박 집계 결과, 대형선 입항은 크게 늘었지만 중소형선의 변화는 제각각이었다. 규모가 가장 작은 100t급 선박은 2005년 5686척이었으나 10년 이후에는 6286척으로 10.5% 증가했다.
100~500t급 선박도 1만352척에서 1만2253척으로 18.3% 늘었다. 100~500t급 선박은 급수·급유선과 통선, 예인선, 부선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선박들은 수요가 일정해 대형 화물선과 비교해 큰 변동 폭을 나타내지 않았다.
반면 500~1천t급과 1천~3천t급 선박은 각각 5681척 8821척에서 4460척 5025척으로 21.4% 43% 급감했다. 5천~7천t급 선박은 1917척에서 2011척으로 소폭 늘었다. 7천~1만t급 선박은 2856척에서 4893척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5년 765척에 달했던 2만~2만5천t급 선박은 2015년 781척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3만~5만t급 선박도 1846척에서 1815척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2만~5만t급 선박은 주로 근해항로를 기항하는 피더 컨테이너선이다. 이들 선형의 변화가 크지 않았던 것은 피더 컨테이너선 수요에서 비롯된다. 세계 3위 환적항만인 부산항에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화물이 꾸준하며 선박 수요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향후 대형선박의 부산항 입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항 개발과 북항 통합이라는 변화 속에 대형선 입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항만업계 업계자는 “제아무리 명성이 높은 항만이라도 대형선이 입항하지 못하면 지역 거점항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지만, 부산항은 대형선 입항에 발 맞춰 항만 인프라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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