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가 성수기를 맞아 호조를 보이고 있다. 1~2월 한껏 조였던 선적상한선(실링)을 큰 폭으로 늘렸음에도 선사들은 공급을 모두 소화했다고 전했다. 다만 수출은 활기를 띤 반면 수입화물은 예년에 비해 회계연도 특수가 크게 나타나지 않아 선사들의 아쉬움을 샀다.
취항선사들은 올해 2기(3~4월) 실링을 95%로 정했다. 지난 기간(1~2월)에 비해 무려 13%포인트나 늘어난 수준이다. 예상대로 물동량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선사들은 모두 늘어난 실링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까지 다소 뒤처지는 행보를 보였던 선사들도 넷째주에 접어들면서 할당된 선복을 모두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항로는 일본 회계연도가 매년 4월 새롭게 시작되는 까닭에 3월에 밀어내기 물량이 붐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 왔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이달 물동량은 셋째주까지 실링에 다소 못 미치다가 21일 이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며 “수입 물동량이 기대만큼 터져주지 않아 실링을 채우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선사들은 올해 3월은 주말 항차가 많지 않았던 점도 예년만큼의 성수기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원인이 됐다고 풀이했다. 통상적으로 주중에 제품 생산이 진행된 뒤 주말을 이용해 화물 수송이 이뤄지는 패턴에 따라 주중보다는 주말 배가 물동량이 강세를 띤다는 설명이다.
취항선사들은 이달부터 발효된 운임공표제를 시황 회복의 지렛대로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운임이 낮은 일본 지방항(로컬포트) 항로가 선사들의 타깃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실링제도가 적용 중인 도쿄나 오사카 고베 등의 주요항 운임은 수출 150달러 수입 50달러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모지나 센다이 등 주요 지방항 노선은 수출운임이 50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기본운임을 안 받는 대신 유가할증료(BAF)만으로 수송서비스를 벌이는 곳도 눈에 띈다.
선사들은 운임공표제 도입을 계기로 지방항 노선 운임을 50달러가량 인상하는 내용의 운임회복계획을 한국근해수송협의회를 중심으로 고민 중이다. 하역료는 상승한 반면 피더물동량이 크게 떨어진 데다 일부 계약물량 운임이 반토막 나는 등 갈수록 시장환경이 척박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한중과 동남아항로에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일항로는 연근해 선사들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받고 있다”며 “다른 항로의 경우 외국선사들이 다수 진출해 있어 힘을 모으기 힘들지만 한일항로는 국적선사 위주여서 운임회복이 상대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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