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에 발생한 유가하락 기조가 계속되면서 중동항로 취항선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가하락 후폭풍은 중동 현지 바이어들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졌고 선사들의 화물유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궤를 같이해 재작년 90%대 이상을 보였던 화물 적재율(소석률)은 최근 약 75%로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가하락은 중동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에게 ‘양날의 칼’이다. 운항비를 절감할 수 있지만 중동지역 현지 바이어들의 구매심리를 크게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항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프로젝트 물량 감소로 어두운 시황을 연출하고 있다.
산유국 발주처들이 신규 공사 발주를 연기하며 중동 현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화물(기계, 건설장비)이 거의 없어 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중동항로는 올해 하반기 또한 순탄치 않은 시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하락과 물량 감소, 무엇보다 취항선사들의 서비스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며 화물 집하경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은 한국에서 중동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1년 전에 비해 감소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추석 전 밀어내기 물량도 실종될 것으로 보여 선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잇따른 선사들의 서비스 개설과 추석 전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지지 않아 성수기도 이젠 옛 말”이라고 밝혔다.
운임인상(GRI) 실행 가능성도 미약하다. 동남아, 중동항로 모두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게 선사들의 중론이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9월11일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안걸프·홍해항로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61달러까지 떨어졌다. 9월2일 432달러 대비 71달러 하락하며 그나마 지켜오던 400달러선이 붕괴됐다. 선사들은 GRI를 실시해도 월말로 갈수록 운임이 계속 떨어진다며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실제로 중동지역 최대 시장이자 1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와 우리나라의 교역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자릿수나 감소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교역액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187억달러로 2013년부터 3년 연속 하락했다. 특히 2014년 6월에 발생한 유가하락 기조가 지속되며 올해와 내년에도 교역액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항만분야에 대한 우리나라의 이란 제재 해제 시기 또한 뚜렷하지 않아 중동항로 전망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선사 관계자는 “중동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에게 중동의 핫 플레이스는 이란”이라며 “해제 시기가 분명하지 않지만 항상 관심을 두고 있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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