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곳곳에 위치한 물류센터에서 인명사고를 동반한 화재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5월24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자리잡고 있는 제일모직 물류센터의 6만2500㎡ 에 달하는 면적 중 2만여㎡가 불에 휩싸였다. 그에 따라 경비업체 직원 윤모씨가 숨지는 한편, 의류 1600t이 소실되어 약 28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도 끔찍했던 사고는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은 8월 18일에 중국 톈진에서 다시 일어났다. 루이하이(瑞海)국제물류회사의 물류창고에서 큰 폭발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최소 114명이 숨지고 57명이 실종되었으며, 700여명에 달하는 중국 시민들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류센터는 물품들이 집적해있는 특성을 가진 만큼 화재가 일어나면 불이 빠르게 번져 피해규모도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다. 직접적인 인명·재산피해는 물론 영업 손실, 복구 비용까지 더한다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2008년 12월 5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의 화재의 시작은 용접 작업 중 생긴 불티였다. 화재 진압이 어려운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물류센터에서 작은 불티는 순식간에 큰 불로 번져 13명의 인명피해와 더불어 721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이 사고는 역대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 재난으로 기록되고 있다.
소방방재청 국가화재정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물류창고에서 2012년 한 해 동안 1191건의 화재가 발생해 총 278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고, 사망자 7명, 부상자 35명이 발생했다. 화재의 원인은 다양하다. 이번 제일모직 물류센터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톈진의 폭발사고는 불법 용도 변경과 더불어 적재 총량·거리확보 등의 관한 규정 위반, 안일한 안전 검사 등이 주된 이유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화재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불티, 전기합선, 담뱃불 등이다. 이처럼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485건으로 나타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형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재산 피해 규모
물류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비단 화재뿐만이 아니다. 산업재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3년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전체 산업재해율이 5.94%인 것에 반해 창고업의 산업재해율은 비교적 높은 6.01%를 기록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창고업에서 발생한 총 259건의 재해 중 ▲사업장 내 교통사고(70건), ▲떨어짐(61건), ▲넘어짐(40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품 하차 시 혹은 지게차 작업 시 바퀴에 끼이는 사고뿐 아니라 적재된 박스나 파렛트가 떨어져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류업계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톈진 물류센터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난 이후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 물류단지에 입주한 위험물 취급업체 3곳을 긴급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전국의 지·자체에서도 유사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자체적인 안전 점검 및 교육을 지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화재사고와 물류작업, 주요 설비 및 장비 작업 안전관리를 돕는 물류창고 기본 안전관리 매뉴얼을 배포했다. 매뉴얼을 간소화해 현장 근무자와 관리자가 간편하게 휴대하고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는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물류창고 안전관리 길라잡이를 마련했다. 크게 사고 유형별, 물류시설·장비 별 안전관리에 대한 지침으로 구분되어 있다. 각 항목마다 사진과 그림으로 자세하게 위험이 발생한 사례를 살펴본 후 작업 안전 수칙을 제시함으로써 관리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창고업 산업 재해 발생형태
각 사업장에 맞는 매뉴얼 필요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배포가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인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근로자는 “안전화가 필요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안전화와 안전모 착용을 권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며 획일화된 매뉴얼이 각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그는 “소방훈련은 물론 안전교육을 받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받았다고 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뉴얼을 접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뉴얼을 천천히 읽어볼 시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한번의 대형사고가 나기 전 29번의 경고와 300번의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은 물류센터에서도 예외 없이 통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법칙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바쁘게 돌아가는 물류센터에서 300번의 징후를 되돌아보기 힘들기 때문일까. 과거에 있었던 사고들은 물류업계에 아무런 교훈도 남긴 것이 없는 듯하다. 최근 일어난 사건이 무엇을 새길 건지는 이제부터의 행보에 달려있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치료약을 만들기 위해 물류업계가 고민해야하는 이유다.
< 임수민 대학생기자 lsm030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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