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항로의 질주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폭발성장을 거듭해 온 베트남항로는 올해 7월 수출입 물동량 실적에서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으로 실어나른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항로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이유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의 베트남 현지생산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휴대폰 현지생산으로 인해 평판디스플레이의 수출이 크게 급증하며 실적개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對베트남 주요 수출품목은 현지 투자기업 생산과 관련된 원부자재 및 자본재가 주류다. 이밖에 철강제품, 산업용 전자제품, 직물, 전자부품, 석유화학제품(레진) 등의 품목도 수출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항로의 물동량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지만 선사들의 얼굴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선복량 확대로 인해 선사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한국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서비스 개설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선사들의 걱정은 태산이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어느 정도 잠잠해질 듯 하면 서비스 개설소식이 들리니, 올해 하반기를 어떻게 버틸지 머릿 속이 하얗다”고 토로했다.
베트남을 제외한 나머지 항로의 물량 증가율은 지난해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더딘 모양새다. 지난해 7월 동남아시아발 한국향 화물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에 달했지만 올해 7월은 3% 수준에 그쳤다. 휴가시즌으로 돌입하며 수출항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동남아정기선사협회에 따르면 7월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실어나른 물동량은 전년 동월 9만5642TEU 대비 2.7% 성장한 9만8234TEU로 집계됐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발 화물이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3.5% 9% 증가한 1만697TEU 2만2839TEU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수출항로에서는 베트남과 필리핀의 선전이 눈에 띈다. 대만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두 자릿수 하락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실어나른 컨테이너 화물은 20% 폭증한 2만8234TEU를, 필리핀 역시 11.5% 늘어난 6074TEU를 기록했다. 나머지 지역은 마이너스 성적표를 내놓으며 수출항로의 성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동남아항로의 수출입 운임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태국 홍콩항로의 평균 운임은 약 150~200달러를 기록,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최근 선사들은 떨어진 운임을 회복하고자 베트남항로를 중심으로 GRI를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베트남항로를 제외한 나머지 항로에서 물동량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소석율이 예년에 비해 최대 20% 감소해 GRI가 쉽지 않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선사 관계자는 “아무리 소석률이 높아도 저운임 악재가 계속되고 있어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선사들이 일치단결해 운임인상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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