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시장에서 구할 중소형 컨테이너선이 없어요.” 어느 한 근해선사 관계자의 넋두리다. 최근 용선시장에서 1000~2000TEU급 컨테이너선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고 근해항로 취항선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태국 및 베트남항로에 최적화된 방콕막스형은 용선시장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방콕막스는 17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방콕 터미널이 위치한 차오 프라야강에서 허용하는 최대길이(172.2m)를 갖는 선형이다. 현재 동남아항로에 투입 중인 컨테이너선은 500TEU급에서 4500TEU급까지 다양하다. 이중 1000~2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절반 수준에 달한다.
중소형 컨테이너선의 수요가 꾸준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방콕, 하이퐁, 양곤항 등의 수심은 아직까지 대형선이 입항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원양항로에 비해 짧은 거리를 운항할 수 있는 최적의 선형이 1000~2000TEU급 선박이기에 선사들은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선호하고 있다.
이밖에 싱가포르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섬이 많이 있는 지역과 한중 한일항로에서도 중소 컨테이너선의 수요는 꾸준한 편이다. 선사 관계자는 “높은 효율성으로 인해 중소형 컨테이너선들이 인기있는 사이즈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신조선을 건조하기에는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극동아시아와 동남아지역을 잇는 서비스 개설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시작한 서비스 확충으로 인해 동남아항로는 선사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했고 운임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아시아역내항로에 33루프(98척)의 신규서비스가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형적인 수급밸런스 악화로 선사들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궤를 같이해 신규 서비스에 투입된 중소형 컨테이너선도 꾸준히 증가했다. 선사 관계자는 “방콕막스를 반선하려는 선사들의 움직임이 적어 선박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중소형 컨선 인도량 꾸준해
용선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일부 선주들은 선박 건조로 방향을 틀었다. 따라서 중소 컨테이너선을 손에 쥐는 선주들은 당분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선박의 신조 인도량 또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인도될 1000~3000TEU급 중소형 컨테이너선은 79척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도 75척이 건조, 선주에게 인도돼 아시아역내항로에서 중소형 컨테이너선의 모습을 눈에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항로를 운항하는 중소 선박 또한 2018년까지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0~1500TEU급 선박은 2014년 679척에서 2018년 716척으로, 1500~2000TEU급 역시 575척에서 627척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1만3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에 비해 증가 폭은 크지 않지만 1000~3000TEU급 중소 컨테이너선 척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내년에 확장·개통하는 파나마운하는 아시아역내항로에 투입 중인 선사들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현재 파나마운하에는 4000~6000TEU급 선박들이 드나든다.
운하가 확장되면 1만4000TEU급 선박의 통항이 가능해져 기존 선박들은 아시아역내항로로 캐스캐이딩(전환배치)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2500~3000TEU급 컨테이너선의 계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선박이 아시아역내항로에 배치되면 향후 선복과잉을 피할수 없게 된다.
선사 관계자는 “수심이 얕아 큰 배가 들어갈 수 없는 항만이 대부분인데, 캐스캐이딩으로 인해 향후 동남아항로에 투입되는 선박들이 어떻게 될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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