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가 물량 감소와 선복량 증가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항로는 선사들의 신규 서비스 개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선복량 증가가 우려됐지만 수출입 물동량 상승이 이를 커버했기에 선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동남아항로의 상황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상승곡선을 그려왔던 수출입 물량이 올 들어 크게 감소한 것. 특히 동남아항로에 투입된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도 물량 감소에 허덕이고 있는 선사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동남아항로의 수출입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했던 우드펠릿의 하락세가 올 들어 두드러지며 수입항로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출항로 역시 대형 뿐만 아니라 중소형 화주의 물량이 6월 들어 크게 줄며 선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남아정기선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남아항로 수출입 물동량은 전년 동월 114만1484TEU 대비 0.4% 상승한 114만6662TEU로 집계됐다. 수출 물동량은 60만7579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만5952TEU에 견줘 2% 성장했으나 수입 물동량은 53만9083TEU로 전년 동기 54만5532TEU 대비 -1.2% 하락했다. 지난해 두 자릿수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수입 물동량은 전년 대비 20% 폭증하며 전체 물동량 상승을 이끈 바 있다.
물량 감소와 선복량 증가로 인해 선사들의 화물집하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궤를 같이해 동남아지역 대부분 항로에서 운임약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한국발 홍콩·베트남, 태국항로의 수출운임이 예년에 비해 크게 고꾸라졌다는게 선사들의 전언이다. 한국발 베트남행 수출운임은 약 250~300달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역내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에게 베트남항로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리핀, 홍콩, 인도네시아 등의 물동량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베트남항로는 나홀로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베트남항로에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선사들은 서비스를 강화했고, 자연스레 운임경쟁도 격화됐다. 선사들은 베트남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2분기 들어 항로개편과 추가선복으로 인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동남아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떨어진 운임을 회복하고자 운임인상(GRI)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동남아항로를 취항하는 한 선사 관계자는 “베트남 항로를 중심으로 운임인상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운임인상이 성공한다면 다른 항로에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남아항로에서 GRI 공지는 매달 있어왔지만 실행 가능성은 미약했다. 선사 관계자는 “기존에 서비스를 구축한 세력과 마켓 점유율을 높이려고 하는 후발주자 선사들의 대립으로 인해 운임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선사들간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사들간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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