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서안항만 혼잡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태평양해사협회(PMA)와 국제창고노동조합(ILWU)의 노사협상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해운물류업계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가고 있다.
선사들 정박기간 최대 14일 걸려
최근 미국 서안항만인 로스앤젤레스항(LA)과 롱비치항에 입항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이 20여척으로 확대됐다. 미국 최대 해운물류 전문지인 JOC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 6일 LA항과 롱비치항에서 입항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이 20척을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터미널 접안을 위해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의 평균 척수는 LA항과 롱비치항 17척, 오클랜드항 5척, 터코마항이 6척이었다. PMA가 서부항만 터미널 전체에서 2월7~8일 주간과 야간 하역작업을 중지한 여파로 상황이 크게 악화되며 대기 중인 선박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미주항로를 기항하는 한 선사 관계자는 “임시선 투입으로 인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혼잡으로 인해 평소보다 수입 물량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선사들의 정박기간도 적게는 7일에서 최대 14일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터미널에서 컨테이너 화물이 체류되며 하역작업 역시 매우 더딘 상황이다.
터코마와 시애틀항의 최근 하역효율은 최대 50%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율의 저하는 노조가 임시고용돼 있는 직원을 파견하기 때문에 작업 효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 주된 이유다. 갠트리크레인 1기가 시간당 평균 25~35개의 컨테이너 화물처리가 가능하지만 8개 밖에 처리되지 않고 있어 항만생산성 효율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선사들의 운항 정시성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태업에 따라 올해 1월 태평양 노선을 오가는 선박들의 운항 스케줄은 지난해에 비해 평균 3일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평소에 비해 두 배나 지체된 것이다. LA와 롱비치의 경우, 지난 7월 90%에 육박했던 선사들의 정시성은 지난해 11월 4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태평양 항로를 오가는 정기선사들은 정시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안항만에 기항 후 아시아로 돌아올 때 선박의 운항속도를 높이고 있다.
선사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임시선을 투입하고 있으며 각국의 대형화주들은 미국의 공급 운송망을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 경유 등 미국 서안 경유 이외의 경로를 이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기업화주는 최근 들어 서안 남부를 경유해 미국으로 공급하는 수송루트 중 절반을 동안 경유로 변경할 수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항만 혼잡으로 인해 짭짤한 재미를 본 곳도 있다. 휴스턴, 프린스루퍼트, 밴쿠버 등의 항만들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하며 수혜를 입었다. 선사들이 서안 항만을 우회해 캐나다와 미국 동안 항만으로 입항을 늘렸기때문이다. 실제로 LA항과 롱비치항의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과 비교해 감소세를 보인 반면 북미 서안 최북단에 위치한 캐나다 프린스루퍼트항의 지난해 물동량은 두 자릿수 증가했다. 프린스루퍼트항만공사가 발표한 지난해 프린스루퍼트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 53만6439TEU 대비 15.2% 성장한 61만8167TEU로 집계됐다.
PMA-ILWU 입장차 뚜렷
현재 PMA와 ILWU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어 협상타결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향후 전망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연초부터 미연방해사위원회(FMC)는 발 벗고 나서 양측간 중재를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항만 분쟁 중재자 거부권 행사문제가 PMA와 ILWU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양측 모두 동의해야 항만 분쟁 중재자를 거부할 수 있었으나, ILWU는 노사 중 한 측이 원할 경우 중재자 거부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요구를 최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은 상태다. 이에 PMA는 분쟁 발생시 노조가 불리하면 언제든지 중재자를 해고할 수 있어 공정한 중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ILWU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부항만 태업으로 해운물류업계의 경제적 손실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커트 살몬에 따르면 서부항만 물류지연 사태로 인한 소매업체의 경제적 손실은 올해 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수입과 운송 지연에 따른 비용 손실 역시 38억달러이며, 동부항만 등으로의 항로변경, 운송비 상승, 추가 재고확보, 판매기회 손실을 고려하면 총 70억달러의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미소매협회와 전미제조업회에 따르면 약 10일 동안 항만폐쇄가 발생할 경우, 하루 21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서안 항만 혼잡이 국내 항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신항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현재 선사들이 임시선 1척을 미주항로에 투입해 스케줄 지연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하루 이틀 스케줄이 지연된 컨테이너선들이 순차적으로 입항하고 있고 한꺼번에 몰리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진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평소에도 주말에 배가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북미 서안항만 태업으로 인해 혼잡도가 더 늘었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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