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호주 항로는 아직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선사들은 3개월 연속 운임인상(GRI)을 시도하며 하반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계속 되는 선복량 증가와 좀처럼 늘지 않는 물동량은 하반기에도 호주 항로 운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항로는 계속되는 저조한 운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집계한 7월25일자 상하이-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623달러로 집계됐다. 한국 노선의 경우 중국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다. 선사들은 운임 수준을 약 700달러 가량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 적재율)은 80~9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선사들은 8월1일 TEU당 300달러, 40피트컨테이너(FEU)당 600달러의 GRI를 실시했다. 호주 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9월1일 TEU당 300달러의 GRI를 또 한번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적용 여부는 미지수이다. 9월 GRI는 연간 계획에 포함돼 있는 것이나 중국 시장의 침체로 두 달 연속 GRI가 적용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협의협정(AADA) 관계자는 “7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GRI를 시도하고 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일 AADA가 TEU당 300달러의 GRI를 시도했으나 약 100달러 가량 적용된 것으로 선사들은 파악하고 있다.
호주항로는 7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성수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호주 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부족한 물량 탓에 성수기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8월에는 PSS(성수기 할증료)가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성수기 같지 않은 성수기’를 맞이한 탓에 GRI를 통한 운임 회복으로 방향을 바꿨다. 당초 6월까지였던 비수기 프로그램 역시 8월 넷째 주까지 연장됐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아시아-호주항로의 물동량은 약 3만4000TEU로 집계됐다. 물량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수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선복량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3~4년전만 해도 2300TEU급 선박이 주로 기항했던 호주 항로에는 3000TEU급을 넘어서서 4500TEU급 선박이 잇따라 기항하고 있다. 동서 항로에 1만TEU급 선박들이 투입되면서 기존의 동서항로를 기항하던 선박들이 캐스케이딩(전환 배치)됐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일부 선사들이 조만간 5000TEU급 선박을 호주 항로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져 호주 항로에도 ‘5000TEU 선박 시대’가 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은 9월부터 계절적 성수기를 맞이하면 1·2분기보다는 운임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날로 느는 선복량에 비해 정체된 물동량은 향후 호주항로의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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