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제27차 한중 해운회담에서 2019년 회담에서 합의한 한중 해운항로의 질서있는 개방 원칙을 재확인하고, 항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운항 카페리선의 선령 기준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중 해운회담은 지난 1993년 양국 수교 이후 매년 열리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난 2019년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열린 제26차 회담 이후 4년간 열리지 못했다.
5년 만에 열린 해운회담에서 양국 대표단은 한중 해운항로를 개방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한편 지난 26차 회담에서 합의한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중국 측이 제기한 신규항로 신청 건은 관련 절차에 따라 신속히 검토를 진행하기로 했다.
5년 전 회담에서 양국은 ▲컨테이너선을 우선 개방하고 이후 카페리선 항로 개방을 추진하는 한편 ▲컨테이너선 항로는 운항하는 선박이 없는 항로(신규 항로)와 이미 선박이 운항하는 항로(기존 항로)로 나눠서 개방하되 ▲기존 항로에 추가 선박을 투입할 땐 개방 기준을 평균 소석률(화물적재율)로 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현재 한중항로엔 88개 컨테이너선 항로와 16개 카페리선 항로가 운항 중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용역을 진행했던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환적화물이 많은 부산권 항로는 60%, 수출입화물이 많은 경인권 항로는 80%의 소석률을 넘어설 때 개방하는 게 적절하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양국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개방의 세부 기준을 산출할 때 객관성과 과학성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와 관련 양국 황해정기선사협의회 사무국이 추가로 연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내년 3월까지 정부에 보고할 계획이다.
아울러 카페리선이 운항 제한 선령(30년)에 도달할 경우 이를 대체할 중고선의 선령 기준을 종전 10년에서 15년으로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해수부 측은 양국 정부가 최근 시장에 중고 카페리선이 없어 선사들이 선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항로의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자 교체할 수 있는 중고선의 나이를 10년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 밖에 양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직까지 승객을 태우지 못하고 있는 일부 한중 카페리 항로의 여객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현재 ▲진인훼리의 인천-친황다오 ▲범영훼리의 인천-잉커우 ▲영성대룡해운의 평택-룽청 ▲연운항훼리의 평택-롄윈강 등 4개 카페리 노선이 여객 운송을 재개하지 못한 상태다.
기대했던 카페리선 퇴출 선령 완화 건은 회담 의제로 상정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카페리선사들이 우려하고 있다. 2019년에 열린 회담에서 양국 정부가 건조한 지 30년이 지난 카페리선의 운항을 금지하는 데 합의하면서 진천국제객화항운의 <천인>호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퇴출된 바 있다.
진인해운의 <신욱금향>(1995년 11월 건조), 연운항훼리의 <자옥란>(1995년 8월), 대인훼리의 <비룡>(1996년 2월), 범영훼리의 <자정향>(1996년 7월), 위동항운의 <뉴골든브리지V>(1997년 2월) 등 5척도 운항 제한 선령이 곧 도래할 예정이어서 선사들은 조속히 선령 규제가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소 선거(독) 부족 등의 문제로 신조 카페리선 발주가 어려운 데다 중고선도 25년 이하 선령은 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선령 제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조만간 카페리항로 운항 중단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엔 해양수산부 이시원 해운물류국장(
사진 오른쪽)과 중국 교통운수부 수운국 이지융(易繼勇) 부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시원 해운물류국장은 “코로나19로 5년 만에 개최된 이번 해운회담은 한중 양국 간 협력과 신뢰를 확인하는 기회이자, 해운 협력의 폭을 강화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한중 해운항로 안정적 운영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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