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를 맞아 한일항로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 선사들은 한 달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어려운 모습이다.
취항선사들은 올해 4기(7~8월) 선적 상한선(실링) 달성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10곳의 참여 선사 중 4곳이 76%로 설정한 실링 달성에 실패했다. 나머지 6곳의 선사도 선복을 모두 채우긴 했지만 턱걸이 성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7월엔 모두 목표치를 달성하는 호성적을 냈다가 8월엔 휴가와 연휴 기간 불거진 수요 부진의 벽을 넘지 못했다. 8월은 일본 최대 명절인 오봉절(8월15일) 연휴가 껴 있는 전통적인 비수기다. 올해 오봉절 연휴는 8월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이어져 이 기간 동안 해운 수요가 급감했다.
선사 관계자는 “오봉절 연휴 기간 공장들이 대거 쉬면서 물동량이 급감해 주요 선사들이 8월에 목표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며 “휴가철이 끝나는 9월부터는 다시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부진이 표면화하면서 운임도 동반 하락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8월 3주 평균 한일 구간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47달러를 기록,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이 항로 월 평균 운임은 지난 3월 단기 저점인 184달러를 찍은 뒤 매달 상승해 5월 200달러를 넘어섰고 6월과 7월에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다 이달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다만 운임 수준은 지난해 8월의 290달러 이후 가장 높다.
주간 운임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8월19일자 KCCI는 246달러를 기록, 전주의 250달러 대비 소폭 하락했다. 주간 KCCI는 7월8일 250달러까지 오른 뒤 8월12일까지 소폭 등락을 거듭하며 고점을 유지하다 이달 하순 들어 하락세가 표면화됐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123달러 수준이다.
KCCI는 유가할증료(BAF)를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기본운임은 TEU당 100달러 아래로 파악된다. 선사들은 하반기 한일항로 BAF를 상반기와 같은 200달러로 동결했다.
선사 관계자는 “인근 동남아항로 등의 시황 강세에 힘입어 한일항로 운임도 동반 상승하는 반사이익을 봤지만 8월 들어 다시 약세를 띠고 있다”며 “게이힌(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한신(고베 오사카) 등 주요 항로 기본운임은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카페리 선사인 팬스타에 이어 스위스 MSC도 한일 셔틀항로를 잇달아 개설하면서 공급 과잉이 표면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운임 하락의 배경을 풀이했다.
팬스타라인닷컴은 6월 말부터 634TEU급 컨테이너선 <오너보이저>를 배선해 부산과 일본 고베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를 매주 연결하는 KJHK 서비스를 운항 중이다. MSC는 7월 말 3000TEU급 선박 <엠에스씨릴로3>호를 투입해 고베-오사카-하카타-부산-고베를 운항하는 카구야 서비스를 신설했다.
공식 집계된 상반기 물동량은 플러스 성장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2만9000TEU(잠정)로, 지난해 같은 달의 12만4100TEU에서 4% 증가했다.
수출화물은 2% 감소한 2만6600TEU에 머문 반면 수입화물은 11% 늘어난 2만7400TEU, 환적화물은 4% 늘어난 7만5000TEU에 이르는 호조를 보였다. 수입화물은 3월부터 4달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환적화물 중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또는 제3국으로 수송된 삼국 간 화물은 2% 늘어난 6만1900TEU,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11% 늘어난 1만3100TEU였다. 최근 몇 년간 약세를 이어가던 피더화물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띤 게 고무적이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한일항로 물동량은 76만3000TEU를 기록, 전년 동기 74만3100TEU에서 3% 성장했다. 수출은 3% 감소한 15만7900TEU, 수입은 2% 늘어난 14만3300TEU, 환적화물은 5% 늘어난 46만1800TEU로 각각 집계됐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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