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기업이 중국 신장웨이우얼(위구르) 자치구 쪽과는 거리를 두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에서 열린 ‘제13차 해외통관제도 설명회’에서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채봉규 관세관은 이 같이 말하며 수출기업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6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제정하고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을 위구르족을 동원한 강제노동의 산물로 간주해 미국 내 수입 금지 목록에 올렸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등도 미국의 정책에 동조해 강제노동과 관련한 물품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해왔다.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에 따라 미국 세관(CBP)은 반입 화물이 강제 노동과 관련될 경우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입자는 ▲재수출 ▲상품 폐기 ▲자료 제출 등으로 위구르 강제노동과 관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재고 조사 기록, 수출입 신고서, 거래 내역, 공급망 내 역할 및 관계 증빙서류 등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은 데다 검사가 까다로워 위구르 강제노동과 연관된 화물이라면 사실상 수입을 포기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반입이 어렵다 보니 억류된 화물 가액도 크게 늘었다. CB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억류된 위구르 관련 화물 가액은 14억2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로, 전년 4억7000만달러(약 6000억원) 대비 3.2배(217%) 급증했다. 2024년 1~6월 억류 금액은 14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
따라서 자료 준비보다는 철저한 공급망 관리로 강제 노동과 관련한 물품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게 채 관세관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이 강화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자체적으로 공급망 관리를 강화해 통관이 보류되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 정책을 지속할 거란 전망도 나왔다.
지난 5월 미국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을 겨냥한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배터리 부품, 핵심 광물, 반도체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자 관세율을 급격하게 높이는 정책을 실시했다.
채 관세관은 “내년에도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대통령 선거에 따라서 또 다른 무역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 기업들은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밀수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한 수출기업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그는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을 경유, 미국이나 멕시코 등에 도착하는 화물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강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中 관세법 12월 발효…“예비판정제도 활용” 주문
새롭게 발효되는 중국의 관세법과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인증 제도 등에 대응하려면 현지 해관(세관)과의 긴밀한 소통과 사전점검 등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오는 12월1일부터 발효되는 중국의 관세법에 관한 우리 기업들의 주의 사항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제14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는 지난 4월 제9차 회의를 열고 오는 12월부터 시행하는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새 관세법은 세금 우대 조치, 무역협정에 위반한 국가에 대항하는 권리를 비롯해 중국 수출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와 관련한 다양한 법적 규정을 명기했다.
주중국 대한민국대사관 강경훈 관세관은 ‘중국 관세법 제정 의의와 기업우대 통관정책’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관세법 발효를 앞두고 불확실할 경우 현지 세관의 예비판정제도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상품 분류, 과세 가격, 원산지 및 기타 세금 관련 요소에 복잡하고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 해관에 예비판정을 신청해 향후 추징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관예비판정제도는 3개월 전에 신청할 수 있다. 더불어 강 관세관은 관세법 시행을 앞두고 내부 신고, 납세 절차 및 세금 관련 요소와 관련해 자체 점검을 적극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만약 자체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된다면 적극적인 공개를 통해 세관에 보고하고 연체료 및 행정 처벌을 면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행정 처벌 면제 범위를 크게 확대한 중국 세관의 ‘위반행위 자진공개(신고) 제도’도 우리 기업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중국 세관은 세금과 관련해 위반 행위가 발생한 날부터 6개월 이내 자진 신고 시 행정 처벌을 하지 않는다. AEO 기업은 1년 이내로 면제 범위를 확대한다.
더불어 수출세 환급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위반 사항은 6개월 이내에 해관에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상황이 경미하거나 2년 이내에 자발적으로 공개할 경우 처벌을 하지 않는다. 다만, 해관별로 요구사항이 달라 자진 공개 전 해당 해관과 충분히 소통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강 관세관은 “지속적인 위반행위에 대해 위반행위가 발생한 날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현재 각지 해관의 해석도 상이하다”며 “자진공개 전 현지 세관과 충분히 소통하고 세부 요구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 중국에서 AEO 인증을 받으려면 세관과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세관은 AEO 인증 신청 및 관련 자료를 접수한 날부터 90일 내에 결과를 발표한다.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 1년 내 세관에 재신청이 불가능하다.
강 관세관은 인증 서류가 많고 해관 인증 중 현장 인터뷰와 실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관에서 인증을 위해 4인 1조로 실사를 진행하는데 현장 준비 및 유지, 현장 동반 인원 배치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관이 요구하는 사항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된 자료들 안에 어떠한 모순도 없어야 한다. 인증 전 자체 평가 및 사전점검을 진행하고 개선 항목을 대상으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니, 자국 기업 보호위해 수입 규제 강화
자국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행보에도 수출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거대 시장이자 자원 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세안(동남아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 5%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교역액은 지난 2022년 259억달러를 기록, 2020년 139억달러 대비 86% 급증했다. 현재 2300여 곳의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으며, 석유화학, 철강, 금융 등 기간산업을 대상으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대사관 이상목 관세관은 인니 경제정책 전망으로 ▲신수도 등 인프라 개발 확대 ▲핵심광물 개발 확대 ▲빈곤 감소, 농어촌개발 추진을 꼽은 반면, 우려 사항으로 ▲과도한 사회복지 비용 지출에 따른 재정적자 우려 ▲자국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수입 규제 강화를 들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INSW(싱글윈도우청)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한편, 원산지증명서 전자교환시스템(EODES)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명구 관세청 차장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교역국을 중심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50건 이상의 해외통관 애로가 접수됐다. 미국 대선과 글로벌 통상규제 강화 등에 관세청은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절차를 간소화하고자 인도와 전자교환시스템(EODES)을 개통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영국과 AEO MRA(상호인정약정)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자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하고 전자상거래 수출 장벽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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