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은 중국에 울고 웃는다. 지난 2003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해운 활황은 이른바 중국효과(China effect)가 배경이 됐다.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 폭이 꺾이면서 해운시장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의 움직임에 해운업계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20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주최로 중국 경제를 전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미중산업경제연구소 조용찬 소장은 ‘2014년 중국경제의 진단 및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에도 해운경기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중국의 성장률이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 경제는 부동산 상승, 세계 레버리지압력 등으로 20년 뒤에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중국은 과거 성장위주 경제에서 분배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 가능성이다. 조 소장은 중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상승세는 투기 규제와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중단 등으로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연말 9%를 넘어섰던 중국의 신규주택 가격 상승률은 현재 6%대로 둔화됐다.
부동산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지주산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6%, 고정자산투자의 33%, 신규대출의 26%, 재정수입의 39%를 부동산이 차지했다. 부동산을 대체할 성장엔진이 중국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성장엔진의 출략이 약화되면서 대체 엔진의 출력도 약화되는 양상이라고 조 소장은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6월부터 시행한 부동산통일등기제도로 미분양 주택이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나타냈다. 부동산통일등기제도 중앙정부와 지방도시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의 재산 공개와 실사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중국정부는 부동산 금융을 연결하는 종합 전산망이 구축돼 투기와 자산 은폐를 불가능하도록 했다. 조 소장은 현재 상하이 등 공장이전 지역과 원저우(溫州)시 등의 빈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유령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10~20개 도시가 부동산 가격이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이 1차 타격”이라며 “이로 인해 2차 타격인 은행권의 (대출)자금 회수도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조 소장은 “중국은 내륙개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물류 문제, 인건비 상승 문제, 인력의 문제 등으로 내륙으로 못 들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두 자릿수 성장은 아닐 것이다.
5% 성장률에 맞춘 중국의 구조조정은 10년 정도 걸릴 걸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중국의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볼 때 전력소비량과 철도화물수송량 등은 예전처럼 V자회복을 보여야 하는데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철강 등 벌크화물 회복이 빠르지 않다. 철광석은 재고량으로 봤을 때 3년 동안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들어 공급과잉과 경기위축으로 BDI 지수가 60% 하락했는데 철광석 구리 시멘트 곡물 석탄 비료 등 해운 물동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만든 물자를 소비해 줄 선진국의 경기가 불확실하다”며 중국경제를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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