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크마린 조경훈사장 |
●●●지난 1980년대 초 해운중개업체로 창업한 태크마린은 2000년대 들어 선주사로 도약했다. 지난 2005년 8300DWT급 시멘트전용선 3척을 인도받아 라파즈한라시멘트에 10년 장기대선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케미컬탱커선 7척을 삼진조선에 발주하며 선주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케미컬탱커 7척 중 4척은 새해 들어 흥아해운에 10년간 장기용선됐다. 선주사로서 한발짝 한발짝 성장의 발걸음을 떼고 있는 태크마린 조경훈 사장을 만났다.
Q. 해운브로커로 성장해온 태크마린이 최근 선주사로서 새 발걸음을 떼고 있다.
창립이 1982년 4월이었으니까 32년째 기업 역사를 쓰고 있다. 우리는 해운중개, 특히 컨테이너선 용대선과 중고선 거래에서 크게 기여해 왔고 또한 이를 통해 많은 수익을 냈다. 그러다 본인의 경영철학에 의해서 기존 해운중개 사업부문을 모두 독립시켰다. 직원들에게 직접 경영하는 소규모 해운중개회사를 설립토록 한 거지. M&A보다는 오히려 분리를 시킨 셈이다. 지금은 (태크마린은) 특수선 선박매매 이외엔 선주사 분야로만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이런 이유와 경과로 인해서 회사는 창업 후 몇차례 자본 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3억원 규모에서 작년 10월 이후 78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선주사업 영역으로 진입할 준비를 갖춘 거다.
Q. 신조선 강화는 어디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나?
지난해 3월에 아주 건실한 해운중개인으로부터 케미컬선박을 신조해서 용대선하는 사업을 제안받았다. 그 제안을 받고 나서 조사를 해보니 케미컬 시장이 수요는 커졌지만 공급은 없는 상황이 되기에 회복될 걸로 봤다.
특히 BTX 즉, 벤젠 톨루엔 크실렌을 싣는 5800t 선박 시장에 대한 화물분석을 했더니 지속적인 공장 증설로 물동량 증가가 예상됐다. 호남석유(대산) 현대오일뱅크(대산)가 2012년 12월까지 총 115만t가량 생산능력을 늘렸고, SK종합화학(울산) 삼성토탈(대산) SK에너지(인천)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총 330만t, 내년에 GS칼텍스(여수)가 100만t을 추가로 생산하게 된다. 가만 보니 되겠다 싶었다.
지난 4~5월 5.8K(5800DWT) 케미컬탱커를 짓기로 결심하고 삼진조선소를 추천받아서 8월2일 거제도로 내려가 3+1(본계약 3척 옵션 1척)로 계약을 했다. 계약 직전에 중국 조선소에서 전화가 오더라. 삼진조선과 척당 1000만달러대 초반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그보다 100만달러 싸게 계약을 하겠다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제안을 뿌리치고 삼진조선과 계약했다. 삼진조선소는 한국인의 자본, 한국인이 설계를 하고 생산만 중국 인력으로 하는 데라 품질이 보장된다고 판단했다. 전체적으로 7척을 계약했으니 총 700만달러를 더 주고 계약한 셈이다. (웃음)
신조선을 지으면서 지난해 8~9월이 수요공급 곡선에서 최저점이 아닌가 판단했다. 공급은 가장 낮았고 선가도 발주가 없어서 낮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발주타이밍이지. 또 에코쉽(친환경선박)을 지어야 한다고 봤다. 신조선은 주기(메인엔진)용 연료인 IFO 380cst를 연료로 쓰는 500Kw짜리 발전기를 3개 장착했다. 주기용 연료유는 가격이 발전기용 연료보다 310~320달러 싸다. 또 선수 바우스러스터(bow throuster, 선박추진기)를 설치해서 항구에 들어갈 때 터그보트(예선)을 쓰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했다. 항비 절감이 되지 않겠나? 저마찰용 도료를 칠해 연료소비를 줄였다. 물개 피부가 물과의 마찰이 없지 않나. 보통 소형선박이 한 번에 연료 12t을 쓰는데 이 선박은 11.2t이면 충분한 셈이다. 간단히 생각해서 하루에 800~1000달러는 기존 선박보다 경쟁력 있는 선박이다.
Q. 국내 최초의 해운계 자선단체인 씨웨이브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에 취임하셨다. 재단 출범의 의미는?
재단 출범 당시 해운항만분야엔 자선단체가 없었다. 자선단체는 없었지만 해양인들 중 세계 여러나라에서 자랑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 한 사람이 KBS의 <글로벌 성공시대>에 소개된 장재중 사장이다. 장 사장은 30여년 전에 필리핀으로 넘어가서 기업활동뿐 아니라 우리나라 소록마을처럼 필리핀에 마을 세 곳을 만들어서 필리핀 한센인 1000명을 치료하고 도움을 주고있다. 기관장 출신인 이용주 선교사는 과거 배를 탈 때 익힌 기술을 토대로 팀앤팀인터내셔널을 설립해 아프리카 남수단과 케냐,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우물파기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용주 선교사는 지금까지 400군데의 우물을 파고 고치고 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해운인들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해 지난해 11월25일 씨웨이브재단을 설립했고 제가 이사장에 취임했다.
씨웨이브재단은 외국에 나가 우리나라를 빛내며 일하는 사람이나 국내에서 해양 해운인이었다가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도우려고 한다. 이미 100여명이 넘는 사람과 10여개 넘는 기업에서 씨웨이브재단의 창립 동기를 이해해서 회원으로 가입을 했다. 창립 2년째인 2014년도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선 기금을 마련해서 전액 기부토록 할 계획이다. 씨웨이브가 뜻하듯이 우리는 바다 물결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Q. 오랜 기간 해운업체를 경영해온 경영자로서 새해 해운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나?
시황을 맑음 흐림 비로 얘기한다면 해운시황 전망은 흐림을 택하고 싶다. 맑음이란 건 해운시장이 좋고 조선경기도 좋고 해운업자도 돈을 많이 벌고 하는 걸 의미하는데 이런 맑음은 당분간은 안 올 것 같다. 이유는 세계 조선 능력이 커졌기 때문이지. 시장이 좋다고 하면 갑작스럽게 들어가서 배를 지어내지 않나? 반면에 화물은 생각보다 경량단소화 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의 경우 화물은 경량단소화 되고 있는데, 선박은 1만8000TEU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맑음보단 흐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흐림이라고 보는 이유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에코쉽 발주가 늘어날 걸로 보기 때문이다. 기존 선박들은 에코쉽으로 인해 푸시백(밀려나가게) 된다. 한동안 에코쉽과 기존선이 공존하게 될 건데, 기존 선박들이 모두 폐선되기 전까진 흐림이다. DS 곡선이 안정되면 시황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DS곡선이 조금만 떨어지면 운임은 확 올라가고 조금만 올라가면 운임이 확 떨어진다. 공급이 수요의 8%를 초과해야 적정하다고 하더라.
Q. 태크마린의 중단기 사업계획은?
장기사업계획은 라파즈한라시멘트에 빌려준 8.3K (8300DWT) 시멘트 전용선을 운항경비를 줄이고 선원들이나 육상직원들의 지혜를 빌려서 사고 없이 잘 운항해 나가는 거다. 시멘트 전용선은 내년 7월까지 기간용선계약을 체결했는데 다시 용선계약을 갱신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선박을 효율화시킬 수 있느냐, 선원들 복지는 어떻게 할 것이냐, 시멘트 전용선 자체가 일반선박과 달리 내구연혁이 5~8년 긴데, 이를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중기사업계획은 케미컬 선박이다. 작년 8월과 9월에 총 7척을 발주해서 내년 2월 1척, 4월 2척, 6월 1척, 8월 2척, 10월 1척 등 1년에 걸쳐 모두 인도받는다. 7척 모두를 나용선 내지 기간용선을 줘 안정적으로 운용할 것이고, 이렇게 안정적으로 해야 금융선과 협의해서 선박에 들어간 건조자금을 적정한 이자율로 금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산업은행에 선박금융을 제안했다. 발주 당시 낮은 선가로 계약한 건 큰 이득이다. 금융비용이 낮기에 우리 선박을 가져가는 용선사도 이득이 된다. 내년 인도시점에선 담보가치(LTV)가 1200만~1500만달러까지 오를 걸로 본다.
Q. 마지막으로 정부당국이나 업계에 한 말씀 바란다.
해운업계는 그 스스로 시작부터 끝까지 회사를 살찌우는 전략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한 곳이 잘 된다고 하면 다 몰리는 식이다. 다 같이 케이프를 수백 척 만들지 않았나? 차터체인(용선사슬)을 재연하면 안된다. 거품시황에 거품계약을 만들어서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상황을 되풀이할 거냐? 차터체인은 한국의 독특한 사업기법이다. 배 없는 회사가 배를 확보하려고 하다보니 생겨난 식이다. 차터파티(용선계약서)는 2~3곳이면 최대다. 전에 차터파티를 보면 용선사가 10곳을 넘어가더라. 외국 배를 빌려서 그렇게 돌리다가 이번 불황처럼 문제가 생기면 우리나라 해운사에 배를 빌려주면 안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지 않겠나? 해운산업을 경영자들이 책임질 수 있는 산업으로 만들어야지 국민의 부담을 주는 산업으로 만든다면 은행도 외면하고 국민도 외면할 거다.
재보험도 문제다. 우리나라 보험 당국에 얘기해 보고 싶어. 우리나라는 한 때 재보험공사라는 기관이 있다가 지금은 재보험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코리안리다. 주식회사의 목표는 이익을 남기는 거 아닌가? 공공기관이나 정부기관처럼 산업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업체가 아니다. 재보험요율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선박회사를 십수년 해봐도 도저히 모르겠더라. 재보험주식회사가 보험요율을 원수사(보험회사)에 던지듯이 하면 원수사는 마치 왕에게 받은 칙서를 읽듯이 우리에게 얘기하는데, 이건 잘못된 거다. 재보험회사가 하나밖에 없어 독점화하고 있는데, 계속 그렇게 간다면 한국의 선주사들은 좌시할 수 없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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