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살얼음판을 걷던 원양항로 시장이 2014년 새해를 기분좋게 맞이하고 있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연이은 기본운임인상(GRI)로 운임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원양항로 시장은 선복량 증가에 비해 받쳐주지 않는 물량으로 전반적 운임 하락을 겪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발 컨테이너 항로 평균 운임은 2013년 북유럽이 TEU당 1082달러로 2012년 1379달러보다 297달러 하락했다. 상하이-지중해 노선 또한 1152달러로 2012년에 비해 204달러 하락했다. 미주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미서안이 2033달러로 2012년 2296달러보다 263달러 하락했으며 북미동안 역시 3289달러로 2012년 3430달러에 비해 141달러 떨어졌다.
인상하면 하락하는 운임 탓에 선사들은 한 달에 한번 씩 운임인상을 시도해 운임을 유지하려 했다. 올리기 보단 버티기로 일관한 셈이다. 2014년 초 연휴 전 수출 물량이 몰려 현재 운임은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분기부터 시작될 P3 네트워크와 작년부터 이어진 선복량 과다로 향후 원양항로의 운임이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5년 만에 찾아 온 ‘호황’…중동항로는 울상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1월3일 유럽항로의 운임은 TEU당 1765달러로 일주일전인 구랍 27일 1511달러보다 254달러 상승했다. 미주항로 또한 FEU당 1815달러로 일주일전 1803달러에서 12달러 올랐다.
작년 12월 초만해도 유럽항로의 운임은 북유럽이 TEU당 987달러, 지중해는 TEU당 1076달러로 100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었다. 그러나 선사들이 12월15일 300~500달러의 운임인상을 시도함으로써 1700달러 중반대까지 운임을 끌어올렸다.
선사들은 새해들어 한번 더 GRI에 나섰다. 국적선사 현대상선은 유럽에서 1월13일자로 FEU당 1600달러의 운임인상을 적용했다. 코스콘은 1월13일자로 북유럽지역에서 TEU당 500달러의 GRI를 예고했다. 프랑스선사 CMA CGM 또한 1월6일부로 TEU당 300달러의 GRI를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미주 지역은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의 권고에 따라 1월15일 FEU당 300달러의 GRI를 시도했다. 이에 따라 TSA에 가입된 선사들은 자율적으로 운임인상계획을 세웠다.
중남미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지난 1일 계획했던 GRI를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일부 선사들은 오는 15일 남미서안에서 TEU당 300달러의 운임인상을 한번 더 시도한다. 소석률 또한 남미동안이 80%이상, 남미서안은 80~90%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호주항로 또한 지난 7일 TEU당 400달러의 운임인상을 시도했다. 선사별로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올해 1월 운임은 작년 12월보다 약 150달러 상승했다. 내년 7월까지 적용되는 선복감축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소석률 또한 80~90%라는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선사들이 12월에 이어 1월도 연거푸 GRI를 시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윈터프로그램을 통한 선복량 조절이 크게 작용했다. 비수기 수요에 맞춰 선복이 감축되면서 공급 불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 유럽과 미주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올 1월을 5년여 만에 찾아온 최호조기라 부르고 있다. 선사들 사이에선 선복이 부족해 물량을 다 싣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윈터프로그램으로 선복량을 조절한 것과 함께 예년보다 구정이 빠른 것 또한 물량공급을 원활히 하고 있는 요인이다. 유럽항로를 취항하는 외국적 선사 관계자는 “연말 물량이 다 나간 뒤 바로 설날 연휴 전 나가야 하는 물량이 투입돼 현재 유럽항로는 매우 양호한 운임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동항로는 저조한 물량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중동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의 협의체인 IRA는 1월1일과 15일 TEU당 200달러의 GRI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저조한 물량으로 인해 1일 GRI는 무산됐으며 15일 GRI 또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선사들은 GRI를 이번달 말까지 잠정적으로 미뤄둔 상태다. 현재 중동지역의 소석률은 50%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해 지역에서 시작되는 신규 프로젝트가 거의 없고 기존 진행중인 프로젝트 또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중동으로 가는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비해 대형선 투입 적을 듯
작년 한 해 선사들은 잇따른 대형선 투입으로 선복량 과잉이라는 부메랑을 맞기도 했다. 영국 해운전문 저널 컨테이너라이제이션(CI)에 따르면 2013년 10월 기준 전세계 총 선복량은 1690만1682TEU로 전년도 1596만7434TEU에 비해 6% 증가했다.
대형선을 투입하는 건 이미 선사들 사이에선 정해진 움직임이다. ‘규모의 경제’에 기댄 대형선 투입은 선사들이 경제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머스크의 1만8000TEU급 신조선 <머스크 맥키니 몰러>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된 다른 선박의 절반 수준이다. 이 선박은 차세대 친환경 컨테이너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감속운항을 통해 최대 35%의 연료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선박의 대형화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뤄질 예정이다.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8600TEU급의 선박을 1만3000TEU급으로 교체했다. 올해에도 직접 발주한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을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해 총 10대의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유럽 항로에서 운항할 예정이다.
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MSC 또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경쟁에 발을 들여놨다. MSC는 장기용선을 통해 2015년 7월부터 선박을 인도받아 운항에 들어갈 계획이다. 범아랍권 국영선사인 UASC는 작년 8월말 1만8000TEU급 선박 5척과 1만4000TEU급 선박 5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다. 이 신조선들은 2014년 말부터 2015년 중반사이 UASC에 인도될 예정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새로 투입된 신조선들은 해운경기가 비교적 좋았던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에 발주된 선박들이다. 선사들이 해운경기가 좋을 때 신조선 발주를 결정했으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로 해운업계가 꽁꽁 얼어붙은 이후 선박들이 투입되면서 ‘공급에 비해 넘쳐나는 수요’라는 난제를 겪게 한 원인이 됐다.
선사들은 올해는 전년대비 선복량 증가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운시황 침체를 겪으며 선사들이 선박 발주를 줄였기 때문에 올해 새로 투입되는 대형선은 작년에 비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조선 발주 기술이 발전해 예전에는 2~3년이 걸렸던 대형 신조선 건설이 1년에서 1년 반이면 완료된다는 점도 정기선 시장의 공급을 늘린 원인이다. 발주 결정이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급이 훨씬 원활해 졌기 때문이다. 외국적 선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조선 발주 당시 경기와 실제 선박이 투입되는 시기의 경기가 많이 차이가 나 착오를 겪었으나 점차 발주와 투입 간격이 줄면 제때 선박을 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밝혔다.
‘비용절감’ 위해 연이어 ‘합종연합’
선사들의 관심은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되는 빅3의 전략적 제휴그룹 ‘P3 네트워크’에 쏠려있다. 선복량 기준 세계 1,2,3위 선사인 머스크라인과 MSC, CMA CGM은 2분기부터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앞으로 10년 동안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공동 운항을 할 예정이다.
세 선사는 아시아-유럽, 태평양, 대서양 항로에서 252척의 선박을 투입해 총 260만TEU의 선복량을 확보하게 된다. 아시아-유럽항로에서는 P3 네트워크가 전체 서비스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P3 네트워크에 대한 대응으로 다른 선사 협의체들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상선, APL, 하파그로이드, MOL, NYK, OOCL의 여섯 개 선사가 합쳐진 G6 얼라이언스는 올 2분기부터 아시아-북미서안, 대서양 횡단 항로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아시아-북미서안 항로에는 총 76척의 선박을 투입해 12개 노선으로 27개 항만을 연결한다. 대서양 횡단 서비스 또한 42척의 선박을 투입해 5개 노선을 개설한다. 이로써 G6 얼라이언스는 유럽, 지중해, 북미동안에 이어 북미서안과 대서양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게 됐다.
한진해운이 참가하고 있는 CKYH 또한 P3 대응방안을 세우고 있다. 현재 코스코, 케이라인, 양밍, 한진해운 네 개 선사에서 대만선사 에버그린이 참여해 서비스 협력을 넓힐 계획이다.
선사들이 연이어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비용 절감’이다. 선박과 터미널을 함께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자는 게 목표다.
같은 운항그룹 속한 선사 경쟁 치열해 질 듯
그러나 P3네트워크의 등장은 선사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던져줬다. 얼라이언스를 통한 공동운항은 각 지역에서 같은 루트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선사별로 특화된 노선이 사라지고 일괄적으로 같은 노선을 제공하기 때문에 화주들의 선택권이 좁아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는 얼라이언스에 의한 공동운항이 늘어나면서 전체 선사들끼리의 경쟁이 아닌 같은 협의체에 속해있는 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제휴 선사끼리 루트는 같지만 영업은 따로 하기 때문에 같은 협의체에 참가한 타 선사의 물량 유치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운임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동일한 루트에서 물량을 유치하려면 결국 낮은 운임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3네트워크를 G6얼라이언스와 CKYH와 같은 일반 선사 제휴그룹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 P3 네트워크는 싱가포르와 런던에 합작 법인을 세우고 법인에서 운항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관리하게 된다. 국적선사 관계자는 “P3네트워크는 비용 절약을 위해 뭉친 다른 협의체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미 최대 점유율을 갖고 있는 3개 선사가 뭉쳤기 때문에 비용 절약보다는 운임을 안정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P3 네트워크에 참가하고 있는 선사 관계자는 “P3 네트워크 또한 공동운항을 목적으로 하기에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긴 하지만 다른 얼라이언스와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향후 선사들은 유럽과 미주 시장에선 타 선사와의 제휴를 통해 통일된 노선을 제공하고, 중동이나 아프리카 루트 개발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 타 선사와의 제휴를 통해 이미 유럽·미주노선에서 다른 선사와 차별된 노선을 제공하기는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서 서비스를 구축해 화주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P3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전까지 이 모든 예측은 그야말로 예측에 불과하다. 향후 2분기부터 시작될 정기 선사들의 결속에 따라 원양항로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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