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
●●●전 세계에는 여러 개의 항만군(항만 클러스터)이 있다. 우선 우리와 가까운 중국에 발해만 항만군(다롄, 칭다오, 톈진), 양자강 델타 항만군(상하이, 닝보), 주강 델타 항만군(홍콩, 선전, 광저우)과 말라카해협 항만군(싱가포르, 포트 클랑, 탄중 펠레파스), 라인-셸드 델타 항만군(로테르담, 앤트워프, 암스테르담), 상 페드로만 항만군(LA, 롱비치), 헤골랜드만 항만군(함부르크, 브레머하펜, 빌헬름스하펜), 도쿄만 항만군(도쿄, 요코하마, 시미즈), 그리고 코리안 트윈 허브(부산, 광양) 등이 그것이다.
항만클러스터를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위와 같이 ‘같은 지역 안에서 개별적인 경쟁력을 지닌 항만들이 모여 있는 항만군’이라 칭하는 경우가 있고, 또는 ‘항만과 배후부지라는 지리적 공간을 중심으로 화물처리를 핵심 사업으로 한 전후방 연관 산업 및 관련기관을 항만이라는 지리적 공간에 집적시켜 놓은 것’을 말하기도 하는데 본문에서는 전자의 의미로 해석해 다뤄 보겠다.
항만이 건설되고 세월이 흐르면 항만능력이 부족해지고 시설은 낙후 된다. 이를 보완·대체하기 위해서 인근지역에 다른 항만이 생겨 이 두 항만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선대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생기게 된다. 경쟁 초기에는 항만간 경쟁의 양상을 띠다 항만시설이 전반적으로 과잉상태가 되면 항만 간 경쟁에 추가해 동일 항만 안에서 터미널 간 경쟁으로까지 경쟁관계가 심화된다.
그러면 소모적인 ‘묻지마 경쟁’으로 돌입하게 돼 결국 터미널운영이 심각하게 어려워진다. 따라서 궁여지책으로 운영수지개선을 위해 최대한 경쟁을 지양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방안을 찾게 되는데, 이 때 같은 클러스터 안에서 항만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또한 경쟁관계에 있는 인근항만 간에도 위와 같은 상황으로 공생을 위한 협력 체제를 찾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 : cooperation+competition)’관계다.
항만간 협력체제는 간혹 타 국적 항만 간에 이뤄지기도 하지만, 주로 동일국가 내의 항만 사이에서 볼 수 있는데, 이는 동일 국가라야 국가권력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만간 협력은 주로 인프라투자의 조정, 항만간 교통, 물류체제의 개선, 해당 항만간의 역할분담과 기능조정, 행정관리체제의 통합 및 조정 등으로 집약되는데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동일 항만 내에서 터미널 간 경쟁을 지양하고 경영수지를 개선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란 터미널 운영업체간 통합이다. 업체 간 통합으로 운영규모를 늘리면 경영수지를 현저하게 개선시킬 수 있고 과당경쟁도 완화시킬 수가 있다. 통·폐합 이외에도 협정요율 준수를 위한 감시기구의 강화, 터미널 간 수송과 물류체제의 개선 등의 방법이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 면에서는 사실상 통·폐합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당면과제가 있다. 부산(신항)과 광양항, 그리고 인천항과 평택항 간의 협력체제 강화 및 투자조정 문제, 그리고 부산구항과 신항 간에 터미널 운영업체간 과당경쟁 지양과 협력방안 모색에 대한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것이나 외국의 선례를 참고한다면 분명히 해결책은 있다. 특히 한국은 항만문제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크다. 재정적인 문제에서부터 터미널운영업체의 지정 등 권한이 크기 때문에 만일 현재 상황에 대한 개선의지만 있다면 정부의 주도 하에 관련업체와 항만 등과의 협력으로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한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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