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은 두자리수 감소 고착화
●●●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세계 경제 불황으로국제여객선(카페리선) 업계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중 카페리항로는 30% 이상 떨어진 화물 수송실적으로 신음하고 있다. 다만 여객수송은 지난해 대비 상승세를 보여 선사들을 안도케 하고 있다. 여객과 화물부문의 명암이 크게 엇갈린 셈이다.
1분기 여객수송 13% 늘어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운항을 중단한 평택-르자오와 평택-칭다오 노선을 제외한 13개 한·중 카페리항로의 1분기 여객 수송실적은 25만6082명으로, 지난해 22만6679명에 비해 13% 늘어났다.
소무역상(보따리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 항로 특성에 미뤄, 지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과 마찬가지로 보따리무역을 위해 카페리선을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게다가 원화 약세에 힘입어 중국 단체 여행객이 늘고 있는 것도 여객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항 기점 10개 노선은 17만6354명으로 2.7% 늘어나는데 머물렀으나 평택항 기점 2개 노선은 4만8698명으로 37.5%나 확대됐다. 평택항 카페리항로의 경우 기존 2개 노선이 운항을 중단한데 따른 반사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항로별로는 1분기 동안 인천-칭다오 노선이나 인천-스다오, 평택-룽청, 평택-롄윈강, 군산-스다오 노선이 두자리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들 항로는 소무역상 비중이 비교적 높은 항로들이다.
평택-룽청 노선은 1분기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1%나 성장한 3만4700명을 태워 14개 한·중 카페리항로 중 1위를 차지했다. 군산-스다오 노선(석도국제훼리)은 같은 기간 3만1030명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9%나 늘어난 실적(군산-칭다오 노선과 비교)을 거뒀다. 평택-롄윈강 항로는 64.3% 늘어난 1만3998명을 수송, 증가율에서 한·중 카페리항로 중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위동항운의 인천-웨이하이와 인천-칭다오 노선은 각각 15.3%, 29.2% 늘어난 3만1670명, 2만명을 기록했다. 이 항로들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기간 동안 심각한 여객 감소를 겪어 왔으나 올해 들어선 오히려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털어낸 모습이다.
이밖에 인천-스다오 노선도 1분기동안 16.3% 늘어난 2만3859명을 수송해 여객부문에서 때 아닌 상승세를 보였다.
가격할인·환율상승 여객 상승 원동력
여객 실적 상승에 대해 선사들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이후 이용객 급감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적용한 소무역상에 대한 할인혜택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선사들은 지난해 보따리상에 한해 20~30%의 요금할인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A선사 관계자는 “단체고객을 비롯한 일반 승객은 작년 대비 줄었지만 보따리상들은 많이 늘어났다”며 “가격할인이나 10번 타면 1번 무료탑승하는 마일리지 정책 등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비교해 중국 단체 여행객들 증가에 방점을 찍는 선사들도 눈에 띈다. B사 관계자는 “상인들도 늘었지만 환율의 영향으로 서울이나 제주도 관광을 위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단체승객들이 많이 늘었다”며 “4월에만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 나가는 일반 여객은 연초부터 많이 줄고 있다”며 “해외여행을 줄여 무역흑자를 내려는 정부정책과 함께 경기불황이 겹쳐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13개 노선에서 중국인 이용객은 10만8855명으로, 지난해 8만2238명에 비해 32.4%나 늘어났다. 또 전체 여객 대비 비중도 36%에서 42%로 6%포인트나 확대됐다. 반면 한국인 이용객은 13만9684명으로, 지난해 13만6269명보다 2.5% 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점유율도 60%에서 54%로 축소됐다.
이와 관련 C사 관계자는 “보따리상들이 원·위안화 환율이 올라가자 중국에서 왕복표를 끊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달러로 운임을 내는 화물과 달리 여객운임은 현지화폐여서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환율 상승은 중국인 여행객들 증가 뿐 아니라 소무역상들의 이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파격적인 할인율과 환율 상승의 여파로 여객실적은 늘어났으나 선사들의 매출액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C사 같은 관계자는 보따리상 할인과 중국에서의 매표로 여객은 늘었지만 관련 매출액은 오히려 30% 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1분기 화물 수송 25% 곤두박질
여객 실적과 비교해 화물수송실적은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분기 13개 항로 수송물동량은 6만2952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만4107TEU에 비해 25.2% 감소했다. 평택-롄윈강 노선 1곳을 제외하고 전 노선에서 두자리수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인천-다롄 노선과 인천-톈진, 인천-잉커우, 인천-친황다오 노선 등은 각각 40%대의 하락세로 물동량 반토막 시황을 연출했다.
이와 비교해 평택-롄윈강 항로는 4814TEU를 수송, 64.9%의 큰 증가폭을 보였다.
물동량 감소에 대해 D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경기 불황 여파로 평일 물동량이 세자리수에서 두자리수로 꺾인 실정이다”며 “한중간 로컬화물이 크게 줄어 영업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월대비 증가율은 조금씩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선사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2월 실적은 1월에 비해 6.8% 늘어났으며 3월 실적은 전달 대비 32.3%나 증가했다. 연초 곤두박질쳤던 물동량이 바닥을 치고 조금씩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자동차 구입 세금 감면과 농촌 지역 가전제품 구매 지원 정책 등은 향후 물동량 시황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책 발표 이후 3월 중국내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2% 증가했다.
D사 같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30%를 지원해주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TV 등에 들어가는 LCD(액정표시장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중간 카페리 노선의 물동량을 견인해 왔던 중국내 임가공업체들의 몰락으로 향후 물동량 성장은 한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임가공업체들은 한국 원부자재로 완제품을 만들어 이를 다시 한국으로 재수출해왔으나 중국내 인건비 상승과 규제 강화로 생산 거점을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中내 육송료 인하 압박 거세
물동량의 감소는 곧 운임 하락으로 이어져 선사들을 더욱 사지로 내몰고 있다. 연간 계약을 끝낸 해상운임은 그나마 하락세가 덜하다지만 대신 내륙 컨테이너수송료 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경우 중국 광저우나 쑤저우 등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계약이 끝난 해상운임 대신 내륙 육송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전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모기업의 경우 물류비를 20~30%까지 줄이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선사들로선 여간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다.
선사측 관계자는 “지난해 컨테이너당 1만원을 넘던 트럭킹 운임이 올해 30% 이상 떨어졌다”며 “이런 가운데에서도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수용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항을 중단한 항로나 새로 개설될 계획이었던 항로들이 출항일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항로에서 선박을 뺀 씨앤훼리(C&훼리)의 평택-르자오 항로는 곧 재취항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는 안개 속이다. 또 개설하자마자 올림픽 여파로 멈춰선 청도풍양페리의 평택-칭다오 항로도 재취항은 힘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교동훼리가 사업자로 선정된 평택-웨이하이간 신설항로도 최근 경기 악화로 개설 시기가 불투명하다. 교동훼리는 지난 3월말 취항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뒤 그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측 투자자도 당초 정인해운에서 항만물류기업인 선광과 근해 컨테이너선사인 장금상선으로 교체됐으나 취항일정을 쉽사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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