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2-04 18:23

[ 기자칼럼, 신정부 100대과제 유감(有感) ]

최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투
자인식도조사에 따르면 10%(9.8%) 가까운 기업들이 ‘물류미비’를 비즈니
스상의 애로로 꼽고 있다. 이는 정부의 행정규제(20.2%),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12%)에 이어 금융시장 불안정(9.8%)과 함께 세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
하는 애로사항이다.
외국기업조차도 우리의 물류 상황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달 12일 대통령직 인수위는 새정부의 1백대 국정과제
를 확정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1백대 과제에는 물류라는 단어가 한자도 나
오지 않고 있다.
기자의 이러한 지적을 배타적 집단의 이익대변으로 본다면 지금부터 반론을
제시하겠다.
우선 우리나라의 국가물류비는 95년 현재 GDP대비 16.5%로 선진국의 두배에
이르고 있다. 국민총생산의 16.5%가 물류비로 지출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또 어디에 있는가.
더구나 신정부는 해외자본의 유치를 경제난 해결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누누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위의 조사결과를 보라. 물류미비를 애로사항으
로 꼽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번 인수위의 발표 내용중에는 행정규제의 완화와 관련하여 물류-운
수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내용과 해운업에 대한 육성책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기자가 지적하는 것은 1백대 과제라는 것이 새정부가
지향하는 목표이고, 평가의 잣대라면 당연히 물류를 어떻게 하겠다는 지표
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물류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신정부의 물류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우선 신정부 첫해인 금년 예산안에서 SOC투자비가
대폭 감축되었고, 이를 다시 보전할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IMF체제하에서 대단위 SOC사업의 축소는 불가피한 것이겠지만 이것이
자칫 정치적인 고려로 생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물류·SOC투자의 경우 정치권의 입장에서 볼
때는 ‘표’와 연결되지 않는, 즉 민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예산중 가장 쉽게 늘리고 줄이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냉소
적인 반응을 보인다. 물론 말 그대로 다소 냉소적인 반응이다.
신정권의 스타트라인에서 물류를 방치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신정부에 대한 물류업계의 기대는 대단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선거기간
중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98.2.14 현재)는 대선후보중 유일하게 물류현장을
방문한 바있으며, 약 20여개의 물류관련 매체들과 합동인터뷰를 통해 물류
에 관한 전반적인 소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물류종사자들은 신정부에 더 많은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이
다.
물론 김영삼 정권에서처럼 구호식의 물류정책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김영
삼 정권의 다른 모든 정책처럼 용두사미라면 차라리 정책입안 자체가 무의
미하다. 업계 자율로 맡기면 되니까.
사실 지난 94년 건설교통부에 물류심의관실이 설치되고, 화물유통체제개선
계획이 수립되면서 물류에 관한 정책의 틀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이다.
신정부의 역할은 이 정책을 더 효율적이고, 현실에 맞도록 운영해 나가는
데 있는 것이다.
물류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는 일이 결코 몇해 안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
니다. 그러나 물류비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경영의 부실을 초
래한다는 것이 자명하다면 신정부도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거대한 국책사업을 통해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 연구기관, 행정
부, 입법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 하
는 것이다.
금리가 25%대로 진입하고 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국가물류
비가 25%를 넘어선다고 생각해보라. 국가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간다고 봐
야 한다.
현재와 같은 물류비 증가속도로 봐서는(그대로 방치할 경우) 신정권의 임기
가 끝날 무렵이면 이러한 가상이 가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물류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금융대란에 이어 물류망국이 닥쳐올지도 모
른다. 새정부와 새정부의 브레인들은 이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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