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수출입 물동량을 자랑하는 여수·광양 지역은 컨테이너부두와 포스코 광양제철소, 여수국가산업단지 등이 자리한 ‘광양항’과 전남권 해양관광의 중심 ‘여수항’으로 나뉜다.
여수항은 1967년 1종항으로 지정돼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국내 2번째 수산항의 위치에 올랐다.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개최하면서 현재는 무역항 기능을 광양항에 넘기고 크루즈 선박이 입항하는 관광항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광양항은 1970년대까지 김 양식장으로 사용되던 바닷가였는데 광양제철소가 준공되면서 인근 삼일항을 통합해 1986년 개항, 무역항으로 지정됐다.
지난 11월 중순 해운전문지 기자단은 여수광양항만공사(YGPA)의 초청으로 항만안내선 <월드마린>호를 타고 여수·광양항을 한 바퀴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항만 견학은 광양항 컨테이너 관공선부두에서 출발해 묘도 인근의 광양항 등표를 돌아오기까지 약 50분 동안 진행됐다.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관리·운영하는 항만안내선 <월드마린>호 |
<월드마린>호는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지원과 여수광양항 홍보, 항만시설 관리 등의 목적으로 도입된 선박이다. 당시 약 32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어졌다. 현재는 예약만 하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총톤수(GT) 35t, 전장 약 18m 크기의 배로, 최대속력은 시속 65km(35노트)까지 낼 수 있다.
안내선엔 4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총톤수가 25t이 넘는 배는 6급 이상의 해기사 자격증을 소지한 승무원이 타야 하는데, 이 면허를 가진 선장과 또 다른 기관사가 안내선을 운항하고 있었다. 선박 2층에 올라가면 이들이 배를 운전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기자들을 태운 <월드마린>호는 전방에 보이는 이순신대교를 향해 달렸다. 이곳 광양항 일대는 조선시대 노량해전이 벌어진 임진왜란 최후의 격전지다. 이 대교의 이름은 이 같은 역사에서 비롯됐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도 이순신 장군의 탄신년도를 의미하는 1545m로 맞췄다. 주탑 간의 거리를 가장 길게 만들 수 있는 현수교 형식으로 만들어져 초대형 선박이 드나드는 데 유리하다.
이순신대교로 연결된 묘도는 광양과 여수를 잇는 거점지역이다. 섬 모양이 고양이를 닮아 과거에는 ‘쥐 서(鼠)’자와 음이 같은 서씨가 살 수 없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YGPA 직원은 이 섬이 광양항의 중앙에 자리 잡아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주변의 광양시, 순천시, 여수시, 하동군, 남해군 5개 행정구역이 광양항을 감싸 안고 있어 인공방파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묘도 너머엔 여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이곳은 정유, 석유화학, 비료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약 300여개의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흰색 탱크는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저장하는 시설이라고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 원료는 사포1~2부두를 통해 들어온다.
색으로 구분하는 부두
광양항 등표를 끼고 돌면 부두 너머로 광양제철소가 보인다. 제철소의 면적은 약 650만평으로, 단일 제철소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제철소를 배후로 원료를 수입하는 원료부두와 이곳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제품부두가 들어서 있다. 각 부두에 설치돼 있는 설비 색깔이 달라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원료부두는 초록색 하역 크레인, 제품부두는 노란색 크레인을 사용한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선내에선 이곳저곳 눈에 띄는 점을 집어가며 안내방송이 흘러나와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선박의 하부가 붉은 색인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선박 하부엔 따개비 같은 착생생물이 달라붙어 선체의 저항과 연료 소모량을 증가시키고 선박 성능을 저하하는데, 특수 도료인 ‘방오도료’를 도장해 이를 방지한다. 방오도료의 주성분으로 사용되는 아산화동이 적색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포스코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주로 하는 포항제철소와 소품종 대량 생산 위주인 광양제철소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광양제철소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냉연코일과 열연코일 등 철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엔 하역을 중단하고 있는데 단 한 군데, 전천후부두에서만 쉬는 날 없이 운영한다. 멀리서나마 창고처럼 생긴 접안시설을 볼 수 있었다.
▲세방이 운영하는 하포일반부두에 크레인이 들어서 있다. |
광양제철소를 지나면 전방에 주황색 크레인이 있다. 세방이 운영하는 하포일반부두다. 철재, 기자재, 우드펠릿 등 산적화물을 처리한다.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1단계 1~3번 선석은 지난 2012년 컨테이너부두에서 일반부두로 기능을 전환했다.
부지 내에는 국내에 3개뿐인 런던 비철금속 거래소(LME) 보관창고가 자리해 있다고 한다. LME 보관창고는 전 세계 비철금속의 선물·현물 거래와 보관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비철금속 시장의 가격 결정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는 2001년 전 세계 12번째로 창고 운영국가로 인정받았다.
지나다보면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선박도 눈에 띈다. 광양항 자동차부두는 이 회사가 운영을 맡아 완성차 환적화물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운반선은 크기에 따라 약 5000~8000대 가량의 차량을 갑판에 선적할 수 있다고 한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부두 기능을 재정립하려고 3-2단계에 있던 기존 자동차부두를 2-1단계로 이전했다. 3-2부두는 오는 2029년 개장을 목표로 자동화 컨테이너부두로 구축될 예정이다. 서측 항만배후단지를 끼고 자리한 컨테이너부두는 광양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합해 현재는 한국국제터미널(KIT)·광양항서부컨테이너터미널(GWCT)이 각각 2-2단계, 3-1단계를 맡아 8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다.
승선 체험과 지역사회 학습이 가능한 ‘체험 프로그램’
이렇게 1시간 남짓 항만안내선 투어는 마무리됐다. 육지가 아닌 바다 위에서 일대를 둘러보는 건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여수·광양은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역이란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행사에 동행한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도입 초기에는 이 안내선이 호화스럽다고들 이야기했지만 오랜 기간 운영할 수 있고 누구든 직접 배를 타고서 항만을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많이 이용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항만안내선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미리 예약하면 해상에서 항만을 둘러보고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이 배는 매주 화·목요일, 하루 두 번(10시, 14시) 운항하며 최소 17명에서 최대 26명까지 승선 가능하다.
항만안내선 예약 페이지는 여수광양항만공사 홈페이지(www.ygpa.or.kr) 메인 화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11월 YGPA는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며 사용자 중심의 웹사이트를 구현했다.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보다 쉽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홍보관과 항만안내선 예약 시스템도 대폭 개선해 모든 기기에서 최적화된 화면으로 볼 수 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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