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시간·비용 경쟁력 높아
●●●최근 러시아로의 수출운송 루트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러시아의 해상관문인 보스토치니나 블라디보스토크항은 물론 심지어 유럽으로 연결되는 상트페테르부르크항 등에서 심한 화물 적체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동해권 항만인 보스토치니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의 경우 컨테이너 화물과 중량화물로 특화돼 운영되고 있음에도 적체문제가 가시지 않아 철도(TSR)로 화물을 옮겨 싣는데만 한달 정도가 걸리기도 한다. 하주들로선 납기일이 하루가 급한 상황에서 항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발만 동동 굴릴 수밖에 없는 경우다. 그에 따른 비용상승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북방항로 전문선사인 동춘항운이 자루비노항을 거점으로 한 TSR 물류망을 개척했다는 소식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꽉막혀 답답증을 토로하는 북방행 화물들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춘항운은 지난달 1일 현대중공업에서 생산한 중량화물 굴삭기 8대를 속초항에서 뉴동춘호에 실어 자루비노항까지 운송한 후 새롭게 구축된 TSR 노선으로 옮겨 최종 도착지인 카자흐스탄 알마티까지 성공적으로 운송했다. 또 같은달 26일과 29일에도 같은 방법으로 굴삭기나 콘크리트 펌프카등 현대중공업의 수출 중장비화물을 무사히 수하주 문전에 도착시켰다.
서비스를 경험한 하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00%가 아니라 120%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이같은 만족도를 얻어낸 것은 운송사로선 매우 고무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동춘항운은 시험운송에서의 높은 만족도를 감안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운송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TSR 운송은 보스토치니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서만 진행돼 왔다. 자루비노를 통한 TSR 노선은 지난 2000년 동춘항운이 백두산 항로를 개설한 이후 그 사업성이 여러번 검토되기도 했으나 철도 인프라의 미비로 완성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동춘항운은 지난 2001년 9월 자루비노항에서 직접 TSR로 연결하는 운송루트를 시도했으나 자루비노항과 수와노프카역까지의 연계 운송망이 구축되지 않아 실패의 쓴잔을 맛본 경험이 있다. 동춘항운은 그 이후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 해상항로를 연장운영함으로써 TSR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그런 의미에서 동춘항운으로선 이번 자루비노항을 통한 TSR노선 개척이 더욱 의미가 깊다.
◆4전5기로 新TSR망 완성
동춘항운 백성호 사장은 “무엇보다 보스토치니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집중된 화물을 분산함으로써 화물 적체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주들의 선택폭을 넓혀 국가 물류 시스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러시아향 수도권 화물은 가까운 속초항을 놔두고 부산항을 경유해 러시아의 보스토치니항에서 TSR로 갈아타는 식이었다. 때문에 국내 내륙운송으로 부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해상노선을 통해 북방으로 올라오는 왜곡된 물류흐름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춘항운의 운송망은 뉴동춘호로 속초항을 출발해 자루비노에서 TSR로 환적되기 때문에 물류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두 축인 운송시간과 비용면에서 강점이 크다. 백 사장은 동춘항운의 서비스 노선은 기존 TSR노선보다 운송시간은 15시간 이상 단축될 뿐 아니라 비용은 20% 이상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부산항에서 보스토치니항으로 해상운송된 후 TSR로 갈아타는 노선은 서울에서 출발해 TSR로 환적해 운송되기까지 11일 11시간이 걸린다. 또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TSR로 환적하는 노선은 무려 20일 11시간이나 소요된다. 부산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상운송과 맞먹는 시간이다.
반면 뉴동춘호에 선적된 화물이 속초항을 출발해 TSR 화차에 옮겨 실려 자루비노를 떠나기까지는 총 10일 19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최대 절반가량 단축된 시간으로 화물을 도착지까지 수송할 수 있다.
백 사장은 뉴동춘호의 운항일정이 주3항차란 점도 큰 경쟁력이라고 힘줘 말한다. 컨테이너선 항로가 최대 주2항차로 서비스되는 반면 뉴동춘호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일요일 3회 속초항을 출항함으로써 하주들의 스케줄 선택을 넓힐 수 있다.
동춘항운은 자루비노항을 거점으로 한 TSR 노선 활성화를 위해 러시아 TSR 운송전문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다량의 철도화차를 확보하는 한편 철도 인프라 구축도 모두 매듭지었다.
◆한·중·일·러 4개국 노선도 곧 선봬
한편 동춘항운은 속초항과 중국 훈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니가타항을 연결하는 한·중·일·러 4개국 노선을 연내로 개설해 또 한번 환동해권 카훼리 서비스의 바람을 일으킬 계획이다. 백사장은 지난달 속초에서 이에 대한 국제회의를 갖고 4개국이 투자하는 운항합작사 ‘동북아훼리 주식회사’를 설립하는데 합의했다. 합작사는 자본금 3백만달러가 투자돼 속초에 본사가 설립되며 국가별 지분출자 규모는 한국 51%, 러시아 17%, 일본과 중국 각각 16%다.
당초 일본이 4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항로 노하우를 선점하고 있는 동춘항운 백사장의 강력한 건의로 한국이 합작사소유권을 갖게 됐다. 오는 28일 중국에서 이에 대한 실무회의가 열릴 예정으로 여기서 합작사에 대한 정관 및 사업방향이 확정된다.
백사장은 “한국인이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갈 때 통과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 노선 개설로 무비자 통과로의 개선을 추진해 볼 수 있다”며 “일본으로서도 중국 지린성 화물이 일본으로 오는데 기존엔 서해를 거쳐 14일이 걸렸으나 이 항로가 개설되면 23시간만에 주파 가능해 사업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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