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0 19:42
(서울=연합뉴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개시됨에 따라 국내 수출업계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한국무역협회를 비롯한 수출업계는 이번 전쟁이 가져올 파장은 전쟁기간과 확전여부 등 전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수출입 영향을 정밀 분석하는 한편 대응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대 중동 교역현황 = 중동지역에 대한 연간 수출은 75억달러(2002년기준)로 총수출의 4.6%를 차지했으며, 수입은 전체의 13.7%인 209억달러 수준.
올해 1~2월중 총수출중 중동의 비중은 4.3%로 낮아진 반면 수입은 유가상승의 영향으로 16.4%로 높아졌다.
대 중동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 직물, 휴대전화기, 위성방송 수신기 등이며, 수입은 원유와 석유제품,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 기업들은 이라크를 포함해 중동지역 9개국에 116개 업체가 진출해 있으며,현지 근무 직원은 778명이다.
현대건설과 LG건설, 대림산업 등이 현재 41건(76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 이라크 교역 =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규모를 감안할 때 이라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지난 82년에는 수출이 4억4천만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유엔의 경제제재가 계속되면서 작년에는 이라크에 대한 수출이 8천600만달러, 수입은 3천800만달러였다.
주요 수출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원동기.펌프, 농약 및 의약품, 건전지. 축전지, 철강관.철강선 등.
그러나 이는 공식 통계에 근거한 것이고 유엔의 경제제재 이후 이라크 인근 국가를 통한 우회수출 물량이 국산 가전제품과 중고차의 경우 연간 4천만달러에 달하는 등 실제 수출은 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KOTRA는 추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전쟁이 끝나고 경제제재가 풀리게 되면 기존 석유생산 설비의 유지.보수 및 신규 유전개발, 이에 따른 추가 수요 등으로 국내 기업의 진출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KOTRA는 전망했다.
진입장벽 철폐와 상품 경쟁력을 토대로 제재 해제 1-2년만에 수출은 3억달러, 건설수주는 10억달러에 이르고 3-5년 뒤에는 이라크 수입시장의 3% 가량인 6억달러이상의 상품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출입 영향 = 무역협회가 2월1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854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1%가 1개월내 단기전으로 끝나면 수출차질이 10% 미만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2-3개월의 중기전이 될 경우 10% 이상 수출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대답은 45%로 훨씬 많았고, 3개월 이상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업체들의 47%가 수출차질 규모가 2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문구와 직물, 가죽, 비철금속, 가전, 기계요소, 기초산업기계 등 분야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분석됐다.
업체들은 이라크전과 관련해 선진국 경기침체(23.7%)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22.9%)를 가장 우려했고, 해상운임 및 보험료 인상(15.9%), 해상운송 지연 및 중단(12.7%), 수출상담 취소(11.1%), 대금회수 지연.중단(10.2%) 등도 부정적 영향으로 꼽았다.
업체의 36.7%가 전쟁에 대비한 회사 차원의 대응책이 서 있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대책을 마련한 업체의 경우 `비용절감 및 유동성 확보'(38.1%) 조치를 세웠다는답이 가장 많았다.
이런 결과를 종합할 때 이라크전에 따른 중동지역의 수출 차질액은 단기전의 경우 3-4억달러에 그치겠지만 중기전이 벌어지면 8-9억달러로 늘어나고 장기전으로 확대될 경우 15-16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전 예상 및 과거전쟁 비교 = 이번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단기전으로 끝나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제거로 국제 원유가격이 안정되고 소비.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고 대부분 기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세계경제는 2.8%, 미국경제는 3.0% 각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미국과 이라크의 군사력 등을 감안할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꼽히고 있다.
전쟁이 3-6개월내에 끝날 경우 고유가 지속과 전쟁부담 증가로 세계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와 세계경제 성장률은 2.0%, 미국의 성장률은 2.2%로 낮아지며, 전쟁이 인접국으로 확대되면 2004년에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은 경기하강 국면에서 발발했으나 이라크전은 경기후퇴 후 회복 진입단계에서 긴장국면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환율의 경우 걸프전 때는 초기에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다 점차 강세로 돌아섰고 아프간전 때도 초기 약세후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국제유가는 걸프전 때 초기에 크게 상승했으나 이후 사태가 안정되면서 하락세로 반전됐고 특히 91년 1월17일 이라크 공습 직후 유가가 크게 떨어졌으며, 아프간전 때는 9.11 테러 직후 일시 상승했으나 곧 하향 안정세로 복귀했다.
◆대응방안 = 수출업계는 환율안정과 무역금융, 수출보험 등 분야에 대한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는 한편 전쟁 관련 국가들의 시장정보를 제공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상승이 가격경쟁력 향상에 일부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지만 급등락이 심해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어 환 변동보험 인수한도를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또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제공하는 총액한도 대출중 무역금융 배정비율을 높여 무역금융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고유가에 따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물류비 부담을 줄여 달라고 업계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에너지 절약을 통해 일본의 3.3배나 낮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선을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역협회 김극수 동향분석팀장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출시장에 대한 전반적 영향은 불가피하겠지만 전쟁이 빨리 끝나면 수출경기는 곧바로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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