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부산항을 세계 항만 경쟁력 3위 항만으로 만들고자 10년 간 진해신항에 14조원을 투자하는 등 대규모 체질 개선에 나선다. 해수부는 지난 11일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거점항만 구축 전략’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중장기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항은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76.8%, 환적 물동량의 97%를 처리하고 있으며 세계 2위 환적 거점 항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해운산업은 해운동맹 재편, 선박·선대 확장에 따른 터미널 대형화, 스마트·친환경 항만 구축 등 물류 환경 변화의 가속화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부산항의 항만 경쟁력을 세계 톱3 수준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스마트 메가포트 조성 ▲항만물류 네트워크 강화 ▲항만산업 생태계 마련 등으로 나눠 각각 3가지, 총 9가지의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항만 경쟁력 순위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매년 항만의 인프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발표하는 지표로, 지난해는 상하이 닝보 싱가포르 부산 순이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정부의 항만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
해수부는 부산항에 글로벌 선사를 지속 유치하려면 선제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다수의 터미널 운영사가 소규모로 항만을 운영하고 있어 비효율이 발생하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는 운영사 간 주 계약 선사가 달라 터미널 잔여 공간에 추가 선박 접안이 불가하고, 타 부두 환적(ITT)으로 불필요한 육상 이동이 발생한다. 부산항 내에서 타 부두로 화물을 이송해 처리하는 화물은 연간 232만TEU로, 지난해 기준 551억원의 추가 물류비가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터미널이 노후화 된 데다 항만하역, 연료공급 인프라는 친환경 전환 초기단계에 머무는 것도 과제로 꼽았다.
먼저 해양수산부는 2045년까지 14조원을 투입해 진해신항 구축에 나선다. 진해신항은 최첨단 항만으로 조성하고 기존 부산신항은 운영 체계를 효율화한다는 구상이다. 66개 선석을 부산항에 구축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 시설을 확보한다. 현존 최대인 2만4000TEU급을 넘어 3만TEU급 선박이 안정적으로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기존 부두보다 1.5배 넓은 컨테이너 보관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진해신항 1단계 9선석을 전부 단일 운영사로 선정한다. 단일 운영사가 물량을 모두 처리하면 선석의 효율적 관리와 ITT 최소화가 가능할 거란 전략이다. 부산신항의 터미널 운영사가 자발적으로 통합하면 시설 통합비용, 임대료 등 최대 1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도 노후한 터미널 장비를 현대화해 생산성을 높인다. 내년 상반기 북항 임대료 조정안을 마련해 터미널 운영사가 현대화 장비 등을 도입하면 임대료를 한시 감면할 계획이다.
해외 물류 기지 확충, 항만 배후기능 강화로 물동량 창출을 노린다. 내년 상반기 중 글로벌 물류 공급망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글로벌 주요 공급망 거점에 공동 물류센터를 확대하는 등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네덜란드 스페인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 있는 5개 민관합작 물류센터를 2032년까지 16개로 늘려 부산항과 해외 공급망 거점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국내 중소·중견 기업에 센터 우선사용권과 물류 컨설팅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부산항과 연계된 주요 터미널의 지분과 운영권 확보를 추진하고,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해외 진출 기업의 물류자산 투자를 지원한다. 또 부산항 인근엔 362만㎡(약 110만평)의 항만배후단지를 공급해 글로벌 물류기업 유치에 나선다. 부산항 배후단지는 2023년 기준 467만㎡에서 2030년 829만㎡로 늘어나게 된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부산항의 자체적인 물동량 창출 기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항만 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2년까지 25%, 2050년까지 100%로 높이고, 친환경 발전시설을 구축하는 한편 울산항을 친환경 연료의 거점으로 운영한다. 2025~2027년엔 화석연료 기반의 하역 장비를 전기·수소 등 무탄소 연료로 전환하는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탄소중립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항만산업 생태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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