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25 10:55

[인터뷰]NYK 토모히로 마사오 수석 주재원

사람들이 흔히 꼽는 오래되어 좋은 것들로 ‘술’과 ‘친구’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료가 되는 곡류나 과일의 발효로 원료 자체의 자연스러운 맛이 우러나오는 술은 흔히 생산 년도에 비례하여 가격이 매겨진다고 한다. 친구, 또한 오랜 시간을 두고 알아오던 사이라면 더 이상 서로의 상황에 대해 자질구레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저 서로의 주고 받는 눈빛만으로도 상대에 대해 그 모든 상황을 뛰어넘는 이해력을 보이게 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모하는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것들을 찾아보기가 점점 어렵게 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이러한 속도감은 기술 발전을 진일보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세월이 주는 진중함을 찾아보기 어려운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NYK (Nippon Yusen Kabushiki Kaisha)는 100년을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 선사이다. 1885년, 지금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일본 Mitsubishi Group의 초기 사업으로 시작된 NYK의 초기 업무는 그 일본어 이름 (Nippon : 일본, Yusen : 우편, Kaisha : 회사)에서 알 수 있듯 우편 수송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았다.
100년을 훌쩍 뛰어 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NYK는 이제 선박 척수로는 세계 1위를 (2001년 3월 31일자 기준) 달리는 초대형 선박 회사로 성장하였다. 다량의 선박 척수는 그만큼 NYK가 보유한 다량의 선박 종류들을 자랑하는 것이기도 하다(표 참조). 컨테이너 선박을 비롯하여 여객선, 탱커, 벌크선 등. 벌크선도 종류를 세분화하여 핸디급에서부터 파나막스급 벌크선, 오픈 해치 벌크선대, 케이프 사이즈급 벌크선, 석탄선, 목재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 냉동(장)화물 운반선 등 실어 나르는 화물의 종류 및 상태에 따라 구미에 맞는 선박을 지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선박들은 NYK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 중 하나로 부상한다. 다양한 선박들을 보유함으로 어떤 화물이 와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그들 나름의 자부심이다.
1996년 정월, 오스트리아의 하파그 로이드, 홍콩의 OOCL 등과 함께 그랜드 얼라이언스 결성의 창단 멤버로 활동한 NYK의 그랜드 얼라이언스에 의한 컨테이너 공동 운항 서비스는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에 이르고 있으며 각 항로마다 64척 (253,237 TEU), 48척 (234,680 TEU), 66척 (102,139 TEU)의 컨테이너선을 투입하여 운항하고 있다.
소양해운에 있는 NYK의 토모히로 마사오 (友廣雅穗) 수석 주재원의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다른 집을 방문했을 때 두리번거리는 것이 실례인 줄 알면서도 낯선 환경에 처해진 자의 방어본능(?)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업무 책상 뒤 벽에 걸린 보드 위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수많은 사진들 위로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걸려 있었다.
받은 명함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토모히로 주재원은 명함에 찍혀 있는 NYK의 로고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못 보던 새로운 것이었다. 마치 푸덕거리는 흰 새의 날개처럼 생긴 로고는 육해공(陸海空)을 포괄하는 회사로서 통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NYK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으로 2001년부터 사용하였다. (로고사진 참조)

-로고가 상징하고 있는 것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로고를 가리키며) 위에 있는 파란 큰 날개는 바다를, 그 안의 작은 날개는 하늘을, 그리고 ‘NYK LOGISTICS & MEGA CARRIER’라고 쓰인 검은 문자는 땅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럼으로 선박 회사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창고 회사, 트럭킹 회사, Nippon Cargo Airline 등의 항공 운송 화물 회사 등을 포괄하고 있는 NYK Group의 육해공(陸海空)을 아우르는 21세기 종합 물류회사로의 도약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지금 NYK의 한국대리점을 맡아보고 있는 소양해운과의 인연은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요?

“NYK와 소양해운과의 인연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 중 하나인 근해항로 전문선사인 고려해운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3년 8월, 한국에 진출한 NYK Line의 한국 총대리점 업무를 고려해운의 대리점부에서 맡아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해운합리화 정책이 시행되던 1983년 소양해운이 창립되면서 NYK의 대리점 업무는 고려해운에서 빠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 사실 작년 한 해는 전세계적으로 해운 시황이 무척이나 안 좋았던 해였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하여 NYK의 한국 서비스 중 변동된 것이 있습니까? 그리고 새로이 NYK가 계획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NYK 선박들이 부산항을 포함한 한국의 항구들에 기항하는 항차는 연간 1300회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중 700회 정도는 컨테이너 선박에 의한 기항이고, 나머지 400회 정도가 자동차 운반선, LNG선, 탱커 등에 의한 기항입니다.
사실 작년 경기 침체와 관련하여 그랜드 얼라이언스의 부산항 기항 서비스 항차 수가 일부 변경되었습니다. 앞으로 새로이 계획하고 있는 서비스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종합물류기업을 지향하는 본사의 의지 천명처럼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저희들의 입장입니다. 모든 서비스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고객 서비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

토모히로 주재원은 NYK가 ‘물류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사로서의 이미지를 갖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선사들이 단순히 배를 운항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필요한 물류 절차를 통합하여 한 창구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차원으로까지 발전해야 할 것을 그는 강조하였다. 한 창구를 통해 선박 운임은 물론 트럭킹 비용에서 창고 비용, 하역에 관련된 비용까지 모두 처리를 한다면, 비용을 할인 받는 면에 있어서도 보다 수월할 뿐더러 각 과정마다 고객이 개개의 회사와 연락해서 새로이 협상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의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토모히로 주재원은 이러한 물류 네트워크 개념이 아직 한국에서는 공론화 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파악하는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주재원으로 오신 지는 얼마나 되셨으며 주로 하시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한국에 온 지 어느 새 2년이 되었습니다. 통상적인 주재원의 체류기간이 3년이지만 여건이 허락하기만 한다면 계속 있고 싶습니다. 주재원이라고 하는 자리는 한 마디로 조율사(Coordinator)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박운항에 대한 본사의 지침과 현지 대리점간의 의견 차를 서로 조율해 주는 자리로서 마치 외줄을 타는 아슬아슬함이 연속인 자리입니다.”

그냥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던 주재원의 얼굴 위로 약간의 긴장감이 지나간다. 비록 NYK 직원이기는 하지만, 현지에 나와 살면서 현지의 상황들을 전달하는 입장으로서 쌍방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에는 사실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사실 한국이 주변 나라들에 비해 운임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애기가 아니다. 같은 동북아 시장에 속해 있는 중국보다도 운임이 많이 낮다 보니 자연히 배를 운항하는 선사들로서는 많은 짐을 실어도 조금 남는 짐보다는, 배에도 별로 무리가 가지 않는 상황에서 이윤을 많이 남기는 화물을 실기 원한다고. 이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운임이 낮은 한국시장에서 선사는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최근에 현대상선이 모 기업의 채무에 연루되어 본사 사옥과 터미널을 파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토모히로 주재원은 무척이나 유감이었다고 했다. 해운산업이 국가의 수출입을 수행해 내는 발로서 엄연히 산업을 지지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는 어서 빨리 현대상선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계와 정부측의 지지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한국에 살면서 느껴지는 한국이란 곳은 어떤 곳입니까?

“그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스튜어디스들이 한 두 번을 빼고는 모두 제게 한국말로 인사를 하더군요. 그만큼 제가 한국사람처럼 생겼다는 것 아닙니까? (웃음) 그러다 보니 사실 저는 한국 식당에 들어가 밥 시켜 먹고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아들 대학 진학 뒷바라지 때문에 요코하마에 살고 있는 가족과 낫토(NATO, なっとう), 매실 짱아찌(UMEBOSHI, うめチ)만 뺀다면 말이지요.
사실 한국과 일본은 이웃지간 아닙니까? 같은 동양 문화권에 속해 있다 보니 제가 보기에는 한국과 일본은 80%가 동일하고 20% 정도만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것을 바라보기보다는 서로 다른 그 20%에 너무 얽매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름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서로간의 공통점을 발전시켜 가는 것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토모히로 주재원은 삶의 모토로 ‘do your best’, ‘enjoy the life', 'harmony’를 들었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신조이지만, 토모히로 주재원은 그 신조를 직접 실행하면서 사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이제는 장성한 아들 둘을 둔 50을 바라보고 있는 그이지만 3-40대의 활력이 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얼핏 본 서류함 위에 단정하게 진열된 단행본 책들은 바쁜 가운데서도 삶을 즐기는 그의 삶의 철학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 백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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