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9-17 17:50
북측이 제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한과 러시아 철도의 연결문제를 의제로 제시함에 따라 지난 8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 논의된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사업이 본격 이행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TKR-TSR의 연결사업을 위해서는 한.러 및 북.러 간의 협의가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남북 사이의 합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북측이 이 문제를 의제로 제시했다는 점은 전향적 자세로 평가된다.
경의선 복원사업에 남북이 합의해 놓고도 그동안 북측이 다소 미진한 입장을 보여왔던데 비춰볼때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의 북측 태도는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이해득실을 따진 결과인 것 같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TSR에 대한 현지조사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TKR와 TSR가 연결될 경우 남한은 화물운송 시간 8일 가량, 운임도 해상운송의 절반 수준인 600달러로 줄일 수 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물동량의 경우 현재의 10배가량인 연간 50만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소화해 연간 5억달러 정도의 수입을 보장하며, 북한도 연간 1억달러 이상의 통과료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이 이같은 수익을 김 위원장 방러를 통해 철저히 계산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며, 1억달러 정도의 통과료 수입은 북한 경제 재건에 엄청난 원군이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TKR-TSR 연결사업에 있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할 자국 철도의 현대화 문제도 이제부터 본격 관심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러시아는 김 위원장 방러 당시 북한철도를 TSR와 같이 폭 1.52m짜리의 광궤철도화하기 위한 검토작업을 벌일 것이며, 남한도 철도 광궤화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하는 등 북한철도 현대화를 위한 협력을 간접 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한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협력 기반도 이미 다져지기 시작한 상황이어서 TKR-TSR 연결문제는 3자의 `결단'과 충실한 협의 등만이 남은 셈이다.
손학래(孫鶴來) 철도청장과 알렉산드르 첼코 러시아 철도부 차관은 지난 3일 TKR-TSR 연결을 위한 남북한 및 러시아 3국 전문가협의회 구성에 합의했고, 지난 4일 부터 14일까지 바체슬라프 발라킨 국제협력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러시아 교통부 실무대표단이 북한철도 현대화의 1차 실사작업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좋고 우리도 좋은 윈-윈(Win-Win)게임'이라고 밝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기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남북이 과연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경의선 연결과 TKR-TSR 연결사업 논의에서 어떠한 결실을 가져올지,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겠지만 자못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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