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화물운송 플랫폼 사업’ 업종을 신설하고 제도화에 나선다. 화물운송 플랫폼에 등록의무를 부과하고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행정제재를 내리는 등 사업자 책임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 12월27일 한국교통연구원, 플랫폼업계(전국24시콜, 원콜, CJ, 카카오), 운수사협회(운송사업연합회, 운송주선사업연합회)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화물운송 플랫폼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은 그간 연구한 화물운송 플랫폼의 제도화 방안을 발표하고, 업계 관계자들과 플랫폼의 제도적 관리 필요성과 문제점 등을 논의했다.
최근 화물운송시장에 플랫폼을 활용한 거래가 확산하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되면 화주-차주가 직접 연결돼 화물운송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화물운송 거래의 투명화와 디지털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시장이 무분별하게 커지기 전에 제도화를 통해 플랫폼을 관리할 계획이다. 플랫폼 산업을 제도적으로 육성해 ▲거래 단계 최소화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운임 미지급 근절 ▲화물정보 오류 방지 등의 성과를 거둔다는 방침이다.
화주-차주 직거래로 거래 단계가 축소되고, 산업 구성원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운임 미지급이나 허위매물 등 불법 요소에서 차주를 보호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화주-주선사-차주로 진행되는 전통적인 시장과 비교해 거래 단계가 줄면 물류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파악했다. 화주는 플랫폼에서 실시간 화물 운송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차주는 직접 일감을 받아 제값을 받는 구조가 돼 상생(win-win) 할 수 있을 거란 구상이다.
현재 플랫폼업계는 불법행위 감시나 이용자 피해 관리에 소극적이어서 운임 미지급과 불법 다단계 등의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정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운송 플랫폼 등록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화물운송 플랫폼 사업을 ‘화주, 운수사업자, 화물차주를 매개하여 자율적인 화물운송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화물운송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업종을 새롭게 신설한다. 최소한의 관리·감독 필요성과 플랫폼에 제한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을 고려해 등록제로 관리하되,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한해 등록의무를 부과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등록권한 주체로 설정하고, 사업계획서와 이용약관을 제출해 기준에 맞는지 심사한다. 플랫폼 이용료, 운임지급체계, 운임미지급 및 과적·허위매물 등 불법행위 예방과 분쟁처리 방안을 내용에 포함하도록 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 같은 사업계획과 이용약관을 위반하면 과태료, 사업정지, 등록처리 등의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플랫폼 이용자 또한 과적 요구, 불법 다단계, 불법주선 등 화물 자동차법을 위반하는 경우 플랫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 정부는 이용자 보호와 운송시장 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사업자에게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서비스 만족도나 요금 등을 평가해 우수플랫폼을 선정,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2023년 ‘물류산업 플랫폼화 실태분석을 통한 정책적 대응방안 마련’ 연구보고서에서 플랫폼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려면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플랫폼은 독과점을 유발하고, 특정 플랫폼 운영기업의 운영규칙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 이 기업을 관리·통제하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물류산업 플랫폼화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려면 플랫폼화에 따른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정책을 마련해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통연구원은 나아가 ‘화물운송 플랫폼의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업계 의견을 추가적으로 반영해 오는 2~3월께 보고서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고, 기존 시장과 새로운 플랫폼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차주 의견 반영 안 돼” 반발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10일 논평을 발표하며 국토부가 진행한 화물운송 플랫폼 제도화 간담회에 현장을 대변하는 화물차주는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는 플랫폼 기업의 무책임한 운영, 화주의 부당한 과적 요구와 운임 미지급 때문에 고통 받는다”며 “(이번 간담회가) 화물노동자를 논의의 장에서 밀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물연대 측은 당사자인 화물차 기사가 빠진 채로 논의가 진행된 것은 플랫폼 활성화만을 위한 제도화 방안이며, 시장 우선주의와 규제 완화를 내세운 거란 입장이다. 노조는 화물차주들도 논의에 참여해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 모았다.
이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 측은 조만간 화물연대와 업계 연합회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에는 차주가 제기한 민원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반영했다.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도 직접 토론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개별 화물차주, 화물복지재단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구원 측은 정확성을 고려해 플랫폼 사용자를 만나 추가 조사하고 세부 내용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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