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박에 취업한 한국인선원의 관리를 두고 선원 노조 단체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적외항선사 노조연합체인 한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는 정부에서 해외 취업 선원의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해외 취업 선원들의 노조 단체인 선박관리선원노조는 현재도 관리감독이 잘 되고 있다고 맞서는 모습이다.
전국해운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두영 SK해운 연합노조위원장은 “노조단체에서 하고 있는 해외취업 한국인선원 근로계약 심사를 해양수산부에서 직접 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선사들이 BBC(나용선, 선박만 빌리고 선원은 선사에서 직접 채용하는 용선 형태) 방식으로 선박을 운항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재의 법 체계에선 BBC선박의 선원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취업한 선원이 국내 선원법에 준하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한국인 선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선박관리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나아가 SK해운은 단체협상으로 BBC선박에 타고 있는 선원들을 정규직화해서 보호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실질 소유주가 한국기업인데도 선원은 해외 송출선원이 되는 문제는 산업 측면에서 봤을 때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9년 ‘선박관리업의 등록관리요령’을 개정하면서 지방해수청장이 선원근로계약을 심사하도록 한 규정(14조의3)을 삭제해 정부의 해외취업선원 관리감독권이 크게 위축됐다는 게 해운노조협의회의 입장이다.
해운노조협의회 정책팀장인 박상익 SK해운 연합노조 본부장은 국적선사가 운항하는 BBC선박뿐 아니라 해외선사가 직접 운항하는 선박에 취업한 한국인 선원도 정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원들이 해외선사에 취업하려면 선박관리사업자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을 들어 “과거처럼 국가에서 선원과 사업자가 체결하는 근로계약을 직접 심사하고 보증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외국선박취업선원 근로계약심사 삭제 vs 신설
해외 취업 선원의 근로계약을 담당하고 있는 전국선박관리선원노조는 해운노조협의회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노조는 외국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도 국제해사노동협약과 선원법 준용, 단체협약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박관리선원노조와 선박관리산업협회가 맺은 표준단체근로협약에 근거해 선원법에 준하는 근로 기준이 적용된 개인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지방해수청은 이 계약을 심사해 최종 승인한다는 설명이다. 선사가 부당한 처우를 하면 선원법에 따라 근로 감독도 실시된다.
SK해운이 BBC선박에 탄 한국인 선원을 정규직화했다는 김 위원장 주장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선원법 상 BBC선박은 국적해운사가 운항하더라도 사업장은 외국으로 본다”며 국내 해운회사와 노조가 직접적으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선원들이 해외선사에 취업하려면 선박관리사업자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협의회 측 주장엔 “선원 개인이 해외선사에 직접 취업하는 개인송출 사례는 있지만 선원법에 준한 근로기준을 적용받을 수 없고, 분쟁이 일어나면 노조나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선박관리사업자를 통한 고용계약을 권장하고 있고 정부는 심사와 공인을 과거부터 지금까지 시행한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선박관리업의 등록관리요령’을 개정하면서 지방청장이 선원근로계약을 심사하도록 한 규정을 없앴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선원법 시행규칙과 선박관리업의 등록관리요령에 따라 외국선박에 승선하는 선원의 근로계약 적합 여부 등을 지방청에서 직접 심사해 공인하고 있다”며 “2019년 요령이 전면 개정되면서 14조3의 지방청장 심사 규정이 삭제됐지만 강화된 정부 심사 내용이 포함된 21조2항이 신설됐다”고 논박했다.
선박관리선원노조 박영삼 국제정책국장은 “선원법에서 배제된 해외 취업 한국인 선원을 선원법 적용에 포함시켜 국적선 선원과 동일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재 관리사업자를 통해 외국선박에 승선하는 해외취업선원은 근로조건을 포함한 근로계약을 선원법에 준한 단체협약으로 보호받고 있고 정부에서 근로계약을 직접 심사하고 승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수부 측은 “해외취업선원 근로계약 승인 과정에서 해외취업노사협의회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을 수 있도록 해 정부의 관리권을 더 강화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운노조협의회는 “삭제된 요령 14조3은 단서조항이 없는 반면 신설된 21조2항은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어서 적극적인 심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노조가 이권보다 선원들의 미래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재반박해 해외취업선원 관리를 둘러싼 노노 갈등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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