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외항선박의 연비 성능에 등급을 매기고 현존선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강제하는 규제를 도입할 예정인 가운데 국적선이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선사들의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달 말 온라인으로 열린 제8차 온실가스 감축 실무회의에서 연비등급제인 탄소집약도지수(CII)와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박 대기오염 감축 지침 마련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CII는 5000t(이하 총톤수) 이상 선박의 1년간 연비를 조사해 A~E 5단계로 평가하는 온실가스 규제다. 최저등급인 E를 1차례 받거나 3회 연속 D등급을 받는 선주는 선박을 등록한 기국에 1달 이내에 C등급 이상으로 올라가기 위한 연비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EEXI는 기국이 선박의 연비 성능을 사전에 검사 인증하는 제도로, 이를 근거로 엔진의 출력을 제한하거나 친환경 연료 사용 또는 연비 개선 장치를 설치토록 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저감한다는 계획이다.
2013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가 400t 이상의 신조선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면 EEXI는 운항 중인 선박이 대상이다.
IMO는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리는 제76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6)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박대기오염방지규칙(MARPOL Annex VI) 개정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3년부터 시행된다.
IMO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203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보다 40% 이상 줄이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온실가스 규제가 시행될 경우 국적선사들의 선박 운항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적선 대다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적외항선사가 보유한 400t이상 선박 990척 중 85%에 이르는 844척이 EEXI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종별로, LNG선은 전체 33척중 1척도 EEXI를 충족하지 못했고 컨테이너선은 134척중 98%인 131척이 미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밖의 선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벌크선과 가스선은 90%, 자동차운반선은 84%, 탱크선은 80%에 이르는 기준 미달률을 보였다. 로로선만이 4척 모두 EEXI 기준을 통과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준에 미달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을 제한하는 설비를 달거나 개조 작업을 해야 한다”며 선사들의 조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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